가습기 살균제 천식 피해자들이 7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를 상대로 2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제공
가습기 살균제 천식 피해자들이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상대로 2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1999년~2009년 사이에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쓴 뒤 천식 등의 질환을 얻어 지금껏 투병 중이지만 옥시로부터 어떠한 배상도 받지 못했다.
김아무개(43)씨 등 6명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함께 7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옥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전날인 6일 서울중앙지법에 옥시를 상대로 1인당 4000만원씩 총 2억4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6명 가운데는 김씨의 딸 정아무개(10)양도 있다. 김씨는 2009년 딸 정양을 임신·출산하는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다. 현재 정양은 천식, 알러지성 비염, 모세기관지염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폐기능저하증도 최근 포착돼 경과를 관찰 중이다. 또 다른 피해자 조아무개(50)씨는 현재 24시간 산소 공급기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병증이 악화했다.
이들이 이제야 소송에 나서게 된 이유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진 뒤, 폐 섬유화 질환을 중심으로 피해자 인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정부는 천식을 새 피해 유형에 추가했고 이번에 소송에 나선 피해자들은 지난해에야 정부로부터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피해자들은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가해자로서의 책임 있는 사과나 배상은커녕, 폐 질환과 관련된 일부 피해자들에게만 개별적으로 배상과 합의를 진행했다”며 “자신의 제품을 써서 고통받고 있는 모든 피해자들에게 정당한 배상을 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지금껏 정부로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인정받은 피해자들은 모두 798명으로 이 가운데 316명이 천식 피해를 인정받았다. 현재 정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정을 신청한 이들은 6000명이 넘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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