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페이스북 계정에 공개한 웹툰 ‘5화: 비 온 뒤에 땅 굳듯이’의 일부분.
고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회계사기)와 법원 재판(행정소송)을 동시에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웹툰·동영상·에스엔에스(SNS) 등을 동원한 ‘감성적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회계사건을 최대한 뭉뚱그려, ‘이번에도 삼성은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는 주장과 ‘미래 먹거리 바이오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위기론을 결합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삼성 내부 문건’ ‘경영권 승계 의혹’ 등 불리한 내용은 쏙 빠졌다.
17일 삼성바이오가 운영하는 누리집과 페이스북 계정을 보면, 지난해 12월 말부터 최근까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반박하는 각종 콘텐츠가 여럿 올라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이슈 바로 알기’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36쪽짜리 설명자료 파일, 5편짜리 웹툰, 3편짜리 동영상이 잇달아 게재됐다. 삼성바이오 쪽은 ‘공유 파일도 첨부했다’며 적극적으로 퍼뜨려달라는 뜻도 밝혔다. 웹툰은 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 고발을 ‘감성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으로 주로 구성됐다. “(금융당국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자꾸자꾸 번복하고 그러면은 삼바 뚁땽해(속상해) 훙훙” “삼바는 이번 오해도 잘 풀고 우직하게 잘 해낼 거야. 이제까지 계속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저의 행보를 기대해주세요!” 등이다. 설명자료의 경우 서울행정법원을 담당하는 서울 서초동 법원기자실에 삼성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인쇄물로 만들어 쌓아놓고 가기도 했다.
대형 로펌과 정계·재계·학계·언론계의 ‘굳건한’ 우호 세력을 앞세운 기존 ‘삼성 스타일’에 병행한 이번 여론전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삼성이 이번 사건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마지막 고비’로 판단하고 총력전을 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수사 경험이 많은 한 법조계 인사는 “삼성이 과거와 달리 이례적으로 방어전략을 다양한 형태로 대외에 공개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까지 거론되는 이번 분식회계 의혹이 (삼성 쪽에는) 얼마나 치명적인지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그는 “주장이 많을수록 빈틈도 많아진다. 검찰이 수집한 증거물의 사실관계에 따라 삼성의 ‘과도한 설명’은 쉽게 깨질 수 있고, 오히려 삼성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법원이 검찰에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내준 상황 등에 비춰볼 때 일방적 여론전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바이오 쪽 홍보물에는 <한겨레>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공개된 ‘삼성 내부 문건’ 등 삼성엔 치명적일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 빠졌다. 내부 문건에는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 사이의 이면계약(콜옵션)에 따른 자본잠식 우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영향 등 ‘분식회계 의도와 동기’를 담은 내용이 두루 담겼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는 설명자료에 내부 문건 내용은 하나도 담지 않은 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회의자료”라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는 에스엔에스 광고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실 왜곡을 하면서도 정작 고의 분식회계라고 판단한 금융당국의 결정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한 줄도 없다. 상장회사가 투자자를 오도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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