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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삼성 미래전략실, 2014년 ‘나스닥에 삼바에피스 상장’ 지시했다

등록 2019-05-06 18:11수정 2019-05-06 20:51

삼성바이오, 작년 금융당국 등 조사 때
“2014년 평가 못해…2015년 상장 추진” 주장

실제로는 2014년부터 가치평가해 상장 준비
검찰, 기존 삼바 주장과 다른 증언·증거 확보
미전실, 회계사기 주도·은폐 가능성 높아져
삼성바이오로직스.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구실을 했던 옛 미래전략실(미전실)이 2014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스닥 상장을 위해서는 삼성에피스와 미국 업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의 가치평가가 선행돼야 해, ‘2014년 이전에는 콜옵션 평가가 불가능했다’는 삼성 쪽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의 밑돌이 된 삼성바이오 기업가치 부풀리기 과정을 미전실이 주도·은폐한 정황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6일 <한겨레> 취재 결과, 삼성그룹 미전실은 2014년 중반 삼성바이오에 삼성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는 삼성에피스 지분의 절반을 가져갈 수 있는 바이오젠 보유 콜옵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그 가격을 매겼다고 한다. 만약 이런 내용을 기업 공시에 포함했다면, 조 단위였던 삼성바이오 기업 가치평가는 불가능했고 삼성바이오가 완전자본잠식에 이를 수도 있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검찰은 삼성 쪽 임직원 진술,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내부 자료를 통해 이런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금융당국 조사와 올해 초 행정소송 재판에서 삼성바이오가 내놨던 주장과 상반된다.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가 회계에 ‘부채’로 잡히는 콜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고의로 누락(2012~14년)하고,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2015년)했다며 행정제재를 내렸다. 이에 삼성바이오는 ‘2014년까지는 콜옵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어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삼성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은 2015년 중반부터 추진했다’고 주장해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에 내린 행정제재 집행을 중단시킨 바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 수뇌부(미전실) 지시로 2014년 삼성에피스와 콜옵션 가치평가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삼성 쪽 주장의 근거가 상당 부분 허물어지게 됐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4년뿐만 아니라 삼성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부터 콜옵션 등의 가치평가를 꾸준히 해온 정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미전실은 2016~17년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전반을 기획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검찰은 삼성바이오 회계사기도 경영권 승계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14~16년 삼성바이오 내부감사는 미전실 소속이었던 김용관 삼성전자 부사장이 맡았다.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이 미전실을 이끌던 이 시기에 삼성에피스 회계처리 기준 변경 등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작업이 집중됐다.

최근 검찰은 삼성에피스 증거 인멸 과정에 과거 미전실 구실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 임원이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이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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