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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상+] 옹알이는 수어, 치킨 주문은 음성으로 척척…작은 신의 아이들 ‘코다’

등록 2019-05-08 13:56수정 2019-05-08 15:19

두가지 언어로 얘기하는 가족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아동 ‘코다’
음성어·수어 모두 능숙…치킨 배달 등 ‘통역’도
“아이들과 같이 공감하며 성장하고 싶어요”

▶ 영상 바로가기 : https://youtu.be/48Sp1ha-S7w

“수지·수아는 아기 때부터 수어로 옹알이를 했어요.”

5살 수지와 2살 수아는 ‘코다’입니다.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아이들을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라고 부릅니다. 두 딸은 말이 아닌 손짓으로 얘기하는 부모를 지켜봤고, 조금씩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엄마 아빠’ ‘밥’ ‘과자’ 같은 손짓 옹알이를 시작했습니다.

부모인 안경민(38)씨와 이수빈(36)씨는 청소년기까지 구화(‘청각장애인’이 입술 모양 등으로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음성으로 말하는 의사소통 방식)를 쓰며 자랐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멀리 있거나 고개를 돌릴 땐 입술 모양이 잘 보이지 않아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없었고, 다른 청인들에 비해 자신의 발음이 엉성하게 들릴 것 같아 왠지 모르게 위축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주변 농인들을 통해 수어를 배우게 됐고, 직접 대화의 주체가 되어 모든 내용을 이해하는 기분을 처음 느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그제야 자신의 장애를 ‘결함’이 아닌 ‘정체성’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합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소리를 듣는 대신 눈으로 보고 손짓으로 얘기하는 사람”이라고요.

부부는 수지와 수아가 이러한 농인 정체성에 대해 공감하고 존중하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랍니다. 두 딸에겐 음성 한국어보다 수어를 먼저 가르쳤습니다. 우선 부모인 자신들과 소통하려면 수어를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청인인 두 딸이 집 밖에서도 편히 얘기할 수 있도록 음성 한국어도 라디오를 매일 들려주는 식으로 가르쳤습니다. 그 결과 수지는 음성 한국어와 수어 모두 능숙하게 사용하는 ‘똑똑이’로 자랐습니다. 치킨을 주문하거나 택시를 부를 때 부모님 대신 전화를 걸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수어로 옮기는 등 어린 나이에도 ‘통역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의 고민이 없는 건 아닙니다. 농인 부모와 코다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 때문입니다. 경민씨와 수빈씨는 아이를 가졌을 때 ‘농인은 아이를 키우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아이들이 불쌍하다며 대신 키워주겠다고 나선 이들의 ‘호의’도 부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상처로 돌아왔습니다. 농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 역시 고민입니다. 사춘기가 되어 두 딸이 혹여나 부모를 피하진 않을까, 또래 친구들의 놀림에 의기소침해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문득문득 든다고 합니다.

그런 걱정이 들 때마다 부부는 “아이들과 같이 성장하기로 한 결심”을 곱씹습니다.

“너희는 청인이고 우리는 농인이지만 사회에 나가서 경험하고 느끼는 입장들은 서로 똑같이 이해할 수 있다고. 부모가 농인이라서 부끄러운 게 아니라 부모가 농인이라서 수어도 잘하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그렇게 두 딸에게 설명해줄 거예요. 저희도 저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과 더 잘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고요.”

▶ 영상 바로가기 : https://youtu.be/48Sp1ha-S7w

기획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출연 안경민 이수빈 안수지 안수아

통역 이유정

촬영 전광준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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