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중천씨 등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12일 검찰 조사를 받으러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청구한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의 구속 여부를 가를 피의자심문(영장 실질심사)이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애초 수사를 촉발한 성범죄가 빠진 채 ‘별건’인 뇌물 혐의로만 청구된 구속영장이 발부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차관의 영장심사 결과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앞서 같은 재판부가 건설업자 윤중천(58)씨의 ‘별건’ 구속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신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청구한 윤씨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 개시의 시기와 경위, 영장이 청구된 범죄 혐의의 성격과 소명 정도, 윤씨를 체포한 경위와 이후 수사 경과” 등을 주요 사유로 적시했다.
눈길을 끈 것은 기각 사유 가운데 ‘수사 개시의 시기와 경위’로, 당시 검찰 안팎에선 법원이 특수부 검사들의 단골 기법인 ‘별건 수사’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했다. 의혹의 본령인 성범죄를 뺀 채 개인 비리 혐의로 일단 구속한 뒤 윤씨를 압박해 성범죄 의혹을 밝히겠다는 검찰의 포석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의 구속영장도 윤씨 사례와 흡사하다. 검찰은 윤씨와 다른 사업가 최아무개씨한테서 모두 합쳐 1억6000만원이 조금 넘는 액수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영장을 청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머니 속을 뒤집어 보이듯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라”며 공개적으로 수사를 지시한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는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을 뇌물 혐의로 구속해 놓고, 기소 시점까지 최대 20일 동안 성범죄 혐의를 규명하겠다는 것이 검찰의 구상이다. 이번 수사의 성패가 달린 분수령인 셈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여환섭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가 법무부 반대 등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뇌물 혐의로 구속해 수사의 돌파구를 마련한 적이 있다”며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철저 수사를 지시한 터라 수사단으로서는 ‘일단 구속’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계획이 법원에서 먹힐지는 알 수 없다. 더욱이 공교롭게도 윤씨의 ‘별건’ 구속영장을 기각한 신 부장판사가 이번엔 김 전 차관의 ‘별건’ 구속영장을 심사한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의 뇌물 액수 가운데 ‘제삼자 뇌물죄’가 적용된 1억원에 대해서도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장 법관들은 종종 ‘법리적 다툼의 여지’를 들어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의 혐의가 윤씨의 경우와 같은 개인 비리로 ‘별건’인 데다, 윤씨 영장을 기각한 법관이 김 전 차관의 영장심사도 담당하게 돼 영장 발부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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