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2013년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공개된 지 6년 만이다. 그동안 두차례 검경 수사를 피했던 김 전 차관은 국민적 관심 속에 수사단까지 꾸려져 시작된 세번째 수사는 피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밤 11시 “주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이나 도망 염려 등과 같은 구속 사유도 인정된다”고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부동산업자 최아무개씨로부터 1억6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100차례가 넘는 성접대도 뇌물 항목에 포함됐다.
수사단 출범 초 이번 사건의 또다른 핵심인물인 윤중천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위기를 맞았던 수사가 김 전 차관의 구속으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수사단은 이달 안으로 김 전 차관 등을 기소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 전 차관은 길게는 20일 동안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된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뇌물 혐의는 물론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하지 못한 성범죄 혐의 규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수사단은 관련자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유 등으로 성범죄 혐의는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는 최근 출국 시도와 막무가내식 부인이 결정적 이유가 됐다. 김 전 차관은 지난 3월 말 검찰 수사를 앞두고 출국을 시도하다 김포공항에서 긴급 출국금지됐다.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전에 법무부 소속 법무관들이 그의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나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최근 진행된 두차례 수사단 소환 조사에서 김 전 차관이 “윤중천을 모른다. 별장에 간 적 없다”고 부인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은 윤씨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본인에 대한 구체적 진술을 하고 있음에도 수사단 조사에서 이런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이날 오전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태도를 바꿔 “윤씨를 안다”고 진술했다. 김 전 차관은 이례적으로 긴 시간 최후진술을 이어가며 “참담한 기분이고, 그동안 창살 없는 감옥에 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심경을 밝혔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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