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호송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구속한 검찰이 ‘본시험’을 치르게 됐다. 이번 사건의 본령인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를 최대 구속 기간인 20일 안에 밝혀야 하는 난제가 남아 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지난 16일 밤 김 전 차관을 1억6천만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뇌물 혐의 1억6천만원은 △윤씨가 소송을 취하한 1억원 △윤씨가 제공한 현금과 성접대 3천만원 △다른 사업가 최아무개씨가 제공한 3천만원을 합친 것이다. 애초 이번 수사의 출발점이 된 ‘성범죄’가 빠진 채 영장을 청구한 검찰로서는 부담이 컸다. 그러나 법원은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로서는 앞으로 20일 동안 김 전 차관을 강제 수사할 시간 여유를 얻은 셈이다.
그럼에도 검찰의 표정은 썩 밝지 않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17일 “진짜 수사는 이제 시작이다. 넘어야 할 산이 여러 개”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사단의 성범죄 혐의 수사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구속영장 청구 직전까지 영장에 성범죄 혐의를 포함하려고 검토를 거듭했지만, 결국은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애초 알려진 것 이외에 동영상 여러 개를 추가로 확보해 검토를 계속했는데,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쪽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행동을 성폭행 등 성범죄의 피해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수사단의 판단”이라고 했다.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가 재정신청까지 갔다가 기각된 것도 만만찮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사부재리 원칙’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증거가 새로 발견되지 않으면 기소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의 뇌물 혐의 중 가장 큰 액수를 차지하는 ‘제3자 뇌물’ 1억원도 보완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성폭행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김 전 차관이 ‘스폰서’ 윤중천씨에게 압력을 넣어 성폭행 피해자 이아무개씨한테서 받을 돈 1억원을 포기하도록 한 것이 제3자 뇌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윤씨가 이씨를 상대로 낸 반환금 소송을 취하하도록 한 것이 제3자인 이씨에게 금전적 이득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 사건 내용을 잘 아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관계자는 “윤씨가 소송을 취하한 것은 이씨가 2013년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기 훨씬 전인 2008년의 일”이라며, 수사단이 이에 대한 의문을 먼저 풀어야 할 것으로 봤다.
수사단은 구속 이튿날인 17일 오후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차관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김 전 차관은 변호인과 상의한 뒤 조사를 받겠다며 불출석했다고 한다. 한편 검찰은 이번 수사의 계기가 됐던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강희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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