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확보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입관 사진. 서울중앙지검 제공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1일 에콰도르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예세민)는 정 전 회장이 지난해 12월1일(현지시각) 에콰도르 과야킬시에서 사망했고, 다음날인 2일 정 전 회장의 4남인 정한근씨가 정 전 회장을 과야킬시의 한 화장장에서 화장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정 전 회장의 사망 사실은 정한근씨가 지난달 22일 국외 도피 21년 만에 파나마에서 붙잡히면서 드러났다. 정한근씨는 최근 검찰에 정 전 회장의 사망확인서와 화장증명서 등 정 전 회장의 사망을 입증하는 각종 서류와 유골함 등을 제출했다.
검찰은 에콰도르 출입국관리소 및 주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사망확인서와 같은 내용으로 사망 사실이 등록돼 있고, 사망확인서가 진본이라는 점을 에콰도르 당국으로부터 확인받았다. 정한근씨가 제출한 노트북에는 정 전 회장의 사망 직전 사진, 입관 사진, 장례식을 치르는 사진 및 1분 분량의 동영상도 발견됐다. 검찰은 관련 서류에 정 전 회장의 사망 원인이 ‘만성신부전’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작성한 약 150쪽 분량의 육필 원고도 확보했다. 정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한 2007년부터 지난 2015년까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원고에는 과거 자신의 생애와 사업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97년 외환위기의 시작이 된 ‘한보 사태’의 주역인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강릉 영동대학교에서 교비 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 2007년 5월2일 신병치료를 이유로 일본 출국을 허락받았으나, 일본이 아닌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뒤 국내로 돌아오지 않았다.
정 전 회장은 이후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을 거쳐 2010년 7월 무렵부터 에콰도르에 정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회장은 2010년 7월 고려인으로 추정되는 ‘콘스탄틴 츠카이’라는 키르기스스탄인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키르기스스탄 정부로부터 여권을 발급받았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과야킬 인근에서 유전개발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2225억원에 이르는 정 전 회장의 국세 체납액 환수 작업에 대해 “(정 전 회장의) 재산 유무부터 확인되어야 한다. 대검 국제협력단·해외재산 합동조사단과 함께 재산부터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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