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모습. 고인의 동료 배우 윤지오(앞줄 왼쪽 둘째)씨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피해자 증언을 듣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08년 고 장자연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약 10년 만에 재판에 넘겨진 전직 조선일보 기자에게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아무개씨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징역 1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유일한 증거로 거론되는 증인 윤지오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조씨는 지난해 5월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 재수사를 권고한 뒤 이뤄진 검찰의 재수사로 기소됐다. 조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22일로 예정됐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조씨 쪽 변호인은 윤지오씨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윤씨는 지난 2009년 경찰 수사 당시 용의자로 조씨를 지목하는 등 혐의를 밝힐 유일한 증인으로 꼽혔다. 검찰은 “윤씨가 (가해자의) 인적 사항이나 외모는 헷갈렸지만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이 부분만 빼면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은 일관됐다”고 주장했다. 사건 발생 후 8개월이 지난 시점에 술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외모와 직업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후원금 문제 등 최근 윤씨의 행태로 10년 전 진술의 신빙성을 판가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조씨가 홍선근 머니투데이 대표에 대해 한 진술도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홍 대표가 그 자리에 없었음에도 있었다고 진술하는 등 행동이 이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씨 쪽은 윤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조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목숨을 걸고 말한다. (장씨를) 추행하지 않았다. 윤씨가 한 거짓말 때문에, 검찰의 무책임한 기소 때문에, 나와 가족의 인생은 비참하게 망가졌다”며 “10년 전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기소할 무슨 새로운 증거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윤씨 쪽 변호인은 검찰이 기소한 추행의 증거가 윤씨 진술밖에 없고, 자리를 함께했던 변아무개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이 “강제 추행 행위가 없었다”고 반대 진술한 점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조사 과정에서 윤씨 진술 내용이 바뀐 부분도 있어, 그의 증언을 유죄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조씨는 2008년 8월 서울 청담동 한 술집에서 열린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생일파티에 참석해 장씨를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2009년 수사에 들어간 성남 분당경찰서는 당시 동석했던 윤씨 진술을 토대로 조씨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윤씨 진술이 계속 바뀐다는 이유 등을 들며 조씨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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