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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습기청문회 첫날 “SK-애경 참사대응 말 맞췄다” 폭로

등록 2019-08-27 17:27수정 2019-08-28 19:46

사참위, 27일부터 이틀간 진상규명 청문회
최태원 SK 대표, 장영신 애경 회장 불출석
SK·애경 쪽 피해자들 향해 고개 숙여 사과
장완익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장완익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공급한 에스케이(SK)케미칼과 제품을 판매한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 문제 대응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말 맞추기’를 위한 협의체가 아니냐는 지적에, 두 회사는 “일반적인 업무” “모르는 일”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7일 오전 9시30분께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고 에스케이케미칼과 애경산업을 상대로 유해성 부실 검증에 대한 경위를 추궁했다. 청문회에는 최창원 전 에스케이케미칼 대표이사와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등 11명이 출석했으며, 최태원 에스케이 대표이사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등 7명은 불출석했다. 청문회는 28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이날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애경이 에스케이케미칼에게 보낸 ‘가습기메이트 제품 폐기 비용 보존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공개하고, 두 기업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응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했다고 폭로했다. 공문에는 ‘2011년 초부터 가습기메이트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제기되면서 2011년 8월부터 에스케이케미칼과 애경과 첫 미팅을 시작으로 매주 특이사항을 공유하고 핵심 이슈에 대한 대응안을 협의하는 회의체를 운영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애경산업주식회사 대표이사 고광현’이 ‘에스케이케미칼 법무팀장’에게 보낸 공문이었다.

최 부위원장은 또 2017년 10월16일~20일까지 애경산업 법무팀이 작성한 ‘주간 업무 계획’도 공개했다. 업무계획에는 ‘가습기 사건 관련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에스케이케미칼과의 만남 일시와 장소, 참석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당시 참석자는 양정일 법무실장(전무)으로, 양 실장은 “현안이 있을 때 애경하고 만나자는 혐의가 돼 미팅을 가진 적은 몇 번 있다”면서도 “이를 협의체라고 부르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에스케이케미칼과 애경산업의 회의록도 공개됐다. 2017년 10월18일과 11월1일 작성된 회의록에는 두 기업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을 막기 위해 공동대응을 벌인 정황도 담겨있었다. 애경은 1차 회의에서 “김앤장에 개정안 내용을 비판하는 의견서 작성을 요청한 상태로, 야당 측 의원 등에게 적어도 올해 안에는 법률이 통과되지 않도록 지연시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줄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이에 에스케이는 “원보이스(한목소리) 낼 수 있도록 김앤장 의견서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애경이 “일부 보수 매체를 선정해 개정안에 대한 비판 기사 보도될 수 있게 조치”하겠다고 하자, 에스케이는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 양정일 법무실장은 “입법안이 기업과 관계된 것이 있을 때 의견 정리하고 표명하는 것은 일반적 업무의 일환이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2017년 당시 애경산업 법무팀에서 근무한 비공개 증인 ㄱ씨는 “당시 저와 함께 근무한 직원이 위의 지시를 받아서 위와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보고서는 최소한 담당 임원에게는 보고됐고, 에스케이케미칼은 저희(애경)조차도 설득을 시킬 대상으로 생각해 항상 회의 요청을 해왔고 저희는 그 회의에 임하는 데 있어 사안별로 여러 번 다른 회의들을 해왔다”고 증언했다.

최창원 전 에스케이케미칼 대표이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피해자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최창원 전 에스케이케미칼 대표이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피해자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날 청문회에서는 1993년 에스케이케미칼(당시 유공)에서 처음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개발했을 때 이영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흡입 노출시험 보고서도 최초 공개됐다. 보고서에는 “시험 검토 결과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안종주 사참위 비상임위원은 “유공이 이 교수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 가습기살균제 판매를 시작했다”며 “2016년 국회 국정조사에는 이런 보고서가 없다고 했으면서 검찰 조사에서야 보고서 존재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철 에스케이케미칼 대표는 “2013년 언론에서 자료 요청을 받았을 때 여러 사정으로 공개하지 않았는데 2016년 국정조사에서는 자료를 내는 것은 사정을 번복하는 것이어서 부담스러워 내지 않았다”며 “2016년에 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에스케이케미칼과 애경산업의 관계자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허리 숙여 사과했다. 최창원 전 에스케이케미칼 대표이사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서 피해를 보고 고통을 당하시는 피해자분들께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고개를 숙였고,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재판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는 대응을 받고 사회적 책임도 성실하게 지겠다”고 사과했다.

한편, 청문회에 참석한 환경부 차관은 ‘정부가 인정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범위가 협소하다’는 사참위의 지적을 받아들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위한 구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가습기살균제 관련성 질환을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됨으로써 건강이 악화된 사람으로 규정해 모두 지원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준비 중이고, 올해 중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은 폐 질환, 천식, 아동간질성폐질환 등 8가지 정도다. 반면 피해자들이 피해를 받았다고 밝힌 질환은 안과 질환, 신경계 질환, 피부질환, 내분비계 질환, 암질환 등 20여 가지에 달한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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