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난민 김민혁군 도왔던 박지민·최현준군 인터뷰
“우린 평범한 ‘급식’…특별하지 않아요”
지난달 김군 아버지 난민 지위 불인정되자
“모순적인 결정…할 수 있는 데까지 싸우겠다”
고등학교 1학년 박지민(16)군과 최현준(16)군은 난민 ‘잘알’(잘 안다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한국에서 난민 신청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난민으로 인정된 이에게 정부는 어떤 것들을 지원하는지, 한국 외에 어떤 국가에서 난민 수용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는지 등을 술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두 학생은 난민 ‘알못’(알지 못함을 뜻하는 신조어)이었습니다. 관심도 없었고, 오히려 꿍꿍이를 숨긴 채 들어와 범죄를 일으킨다는 편견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지난해 봄, 같은 학교 친구인 김민혁(16)군이 강제 출국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생각이 달라지게 됐습니다. 7살때 이란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겉모습만 외국인”인 친구인데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난민 지위가 인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천주교로 개종한 김군이 무슬림 국가인 이란에 돌아갈 경우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친구들은 부랴부랴 움직였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고, 집회를 열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19일 김군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같이 공부하고 놀던 친구를 돕는 과정에서 지민군과 현준군은 “난민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뉴스에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가 많이 나오지만,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 중에 극소수”고 “본국에 돌아갈 수 없는 난민은 우리가 누리는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요.
어른들은 난민 인권에 목소리를 내는 두 학생이 유별리 똑똑하거나 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착한 건 맞지만…공부를 잘 하지는 않아요.” “그냥 급식이죠, 뭐.” 공부 안 한다는 걸 엄마한테 들키면 안 된다는 현준군도, 걸그룹 ‘있지’의 ‘예지누나’를 만나보고 싶다는 지민군도 모두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들입니다.
한편 지난 8월, 김민혁군에게 다시 한번 위기가 닥쳤습니다. 김군의 아버지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것입니다. 미성년자인 김군을 고려해 ‘인도적 체류’가 결정되긴 했지만, 이는 3년 뒤 김군이 성인이 되면 신원이 불확실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같은 이란인, 같은 천주교도, 같은 난민 신청 사유를 갖고 있는데…모순이에요.”(최현준)
“일제강점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도 나라를 잃어서 아픔을 겪은 건데, 그때의 우리와 똑같이 나라를 잃은 사람에게 박해를 하고 좋지 않게 대하는 게 과연 옳은 걸까요?”(박지민)
두 학생은 친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다음주엔 국회를 가볼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쏟아지는 악플(악성 댓글)이 상처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엔 “동기부여가 된다”고 답하고, ‘공부나 하라’는 훈수엔 “어차피 안 해서 괜찮다”고 응수하던 것처럼. 지민군과 현준군은 ‘요즘 애들’답게 ‘쿨’하고 발랄한 싸움을 또다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획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촬영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