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공대위 재학생 인터뷰]
신입생 대상 인권강좌, 1달만에 ‘필수’에서 ‘선택’으로
보수 개신교 단체 ‘젠더’ ‘난민’ 문제삼으며 압박해
“인권강의 변경에 류석춘 망언까지 다사다난”
“인권은 선택 아냐, 필수교양 되도록 활동할래요”
신입생 대상 인권강좌, 1달만에 ‘필수’에서 ‘선택’으로
보수 개신교 단체 ‘젠더’ ‘난민’ 문제삼으며 압박해
“인권강의 변경에 류석춘 망언까지 다사다난”
“인권은 선택 아냐, 필수교양 되도록 활동할래요”
“예수님께서도 정죄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수업 이야기를 하던 찬의 입에서 갑자기 ‘예수님 말씀’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희윤이 맞장구를 칩니다. “그러니까.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잖아.” 인터뷰 도중 성경구절을 떠올린 이유는 바로 학교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보수단체들 때문입니다. 보수단체들의 주된 구호는 이렇습니다. “젠더와 난민을 위한 인권강의 절대 반대!”
지난 8월 연세대학교는 내년도 신입생부터 ‘연세정신과 인권’ 강의를 필수과목으로 수강하도록 추진했습니다. 이 수업은 13주에 걸쳐 인권·사회정의·젠더·아동·장애·노동·환경·난민등을 주제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입니다. 그러나 강의에서 ‘젠더’와 ‘난민’을 주제로 다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보수 개신교 단체를 중심으로 학교 앞에서 집회가 이어졌고, 결국 연세대는 한 달만인 지난 9월19일 해당 과목을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늦더위가 가시지 않은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찬과 희윤을 만났습니다. 대학교 2학년인 이들은 ‘연세정신과 인권 수업 필수과목 지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대위는 인권수업을 선택과목으로 진행하겠다고 결정한 학교의 결정에 반발한 학생과 학내 9개 단체가 꾸렸습니다. 찬과 희윤은 “류석춘 교수 망언에, 인권강의 선택과목 지정에… 학교에 지금처럼 사건사고가 많았던 적이 없다”며 “공부 좀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학교가 가만히 두질 않는다”고 웃어보였습니다.
촬영·연출 황금비 장필수 기자 withbee@hani.co.kr
“학교가 보수세력의 외압에 의해서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학생들과, 심지어 교수들과의 소통없이 결정한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지난달 24일 공대위를 발족했어.” (희윤) “사실은 류석춘 교수의 혐오발언, 그리고 ‘연세인권과 정신’ 필수과목 철회 결정이 하루에 일어난 일이라서 나름 상징성이 있는 사건들이라고 생각해.” (찬)인권 수업과 관련된 연세대의 공식 입장을 살펴보면, 학생들의 주장처럼 보수 단체의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연세대는 지난 8월 공식누리집(바로가기▶[연세 뉴스] 온라인 인권강좌로 연세정신을 배우다)을 통해 온라인 인권강좌 정규 교과목을 개설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습니다. 해당 소식에서 연세대는 “2020학년도부터 신입생 전원에게 ‘연세정신과 인권’ 온라인 필수 교과목을 이수하게 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근본 가르침인 ‘인간을 차별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보편적인 사랑’을 체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할 방침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달여 뒤인 9월19일 교무처는 “학사제도운영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2020학년도부터 이 교과목을 선택 교과목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이유는 없었습니다. 지난 1일 오후에는 학교의 이런 결정에 반대하는 학생 150여명이 학생회관 앞에 모여 ‘인권은 선택이 될 수 없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집회를 열었습니다. 학생들은 왜 ‘연세정신과 인권’ 강의가 선택이 아닌 필수교양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할까요? 지금도 시범운영되고 있는 ‘연세정신과 인권’ 강의를 듣는 재학생들은 수업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들의 목소리를 영상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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