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진명숙씨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회관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끈으로 신발을 묶고 오체투지에 나선 진 씨는 스님들이 만류했지만 직접 고용 촉구를 위해 꼭 오체투지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땅에 온몸을 던지는 오체투지, 거꾸로 바라보니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백소아 기자
쌀쌀한 가을 아침,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앞에 주황색 조끼와 초록색 조끼를 입은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이 모였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한국기독교회관을 출발해 명동성당, 조계사를 거쳐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진명숙씨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회관을 출발해 청와대를 향해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끈으로 신발을 묶고 오체투지에 나선 진 씨는 스님들이 만류했지만 직접 고용 촉구를 위해 꼭 오체투지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백소아 기자
오체투지는 부처에게 온전히 나를 맡긴다는 뜻으로 온몸을 던져 행하는 절이다. 대부분의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은 이날 처음 오체투지 행진에 나섰다. 출발 전 연습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무릎보호대를 옷 안에 해야하는지, 밖에 해야하는지 삼삼오오 모여 머리를 맞댄다.
그들 중 진명숙씨의 신발이 눈에 들어온다. 가벼운 고무재질로 된 신발에 하얀 끈을 동여맸다.
“이 신발로 괜찮으시겠어요?”
“스님들이 말리셨는데, 저는 이 오체투지 꼭 해야겠어요”
“힘내세요, 꼭 이기실 거에요”
“우리는 이미 이겼어요”
그녀의 목소리에 단호한 확신이 묻어났다.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 이연주씨(왼쪽)가 5일 오전 서울 을지로4가 일대에서 오체투지 행진 중 쉬는시간에 동료 반효정씨(오른쪽)의 무릎보호대를 만져주고 있다. 백소아 기자
2시간동안 머리가 땅에 닿는 간절한 절을 하며 중간 지점인 명동성당에 도착했다. 처음 임한 고된 행진이지만 웃음소리가 피어오른다. 함께하는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서로 등을 두드리고 서로의 무릎을 만져주고 서로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준다.
오체투지는 땅에 온몸을 던지는 기도이다. 노동자가 발 딛고 설 한 뼘 자리조차 존중하지 않는 거대한 세상에 맞서 인간과 노동의 존엄을 외치는 이들은 흡사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돈키호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꾸로 돌려본 사진 속 이들은 이 세상을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는 듯보인다. 당당하게 투쟁중인 그녀들은 세상도 들어올릴 원더우먼이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과 3대 종교인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한국기독교회관을 출발해 명동성당, 조계사를 거쳐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백소아 기자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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