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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2심과 달리 ‘정부 승소’ 잇따라…“국가 옹호자” 60년전 인식 여전

등록 2019-11-20 22:03수정 2019-11-21 02:46

일본 최고재판소 현주소

재판부 “자위대기 운행 공공성 있어”
소음피해 호소에도 야간비행 허용
내각이 장관·재판관 임명…서로 교감
평화·인권 변호사들은 소수 머물러
일본 도쿄에 있는 최고재판소. 최고재판소 장관과 최고재판소 재판관 14명으로 구성된 최고재판소 재판관회의에서 사법행정을 결정한다.
일본 도쿄에 있는 최고재판소. 최고재판소 장관과 최고재판소 재판관 14명으로 구성된 최고재판소 재판관회의에서 사법행정을 결정한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한국 대법원과 같은 구실을 한다. 3심 가운데 최종심 선고를 하고 장관(대법원장)과 최고재판소 재판관 14명으로 구성된 최고재판소 재판관회의에서 내부 규율과 예산 편성, 재판관 지명 등 사법행정을 총괄한다.

최고재판소 재판관 15명은 관례적으로 재판관 출신 6명, 변호사 출신 4명, 검찰 출신 2명, 행정관료 출신 2명(외교관 1명), 교수 출신 1명으로 채워진다. 판사 경력이 대부분인 한국 대법원과 비교하면 최고재판소 재판관이 좀 더 다양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재판소 장관은 내각의 지명으로 일왕이 임명한다. 최고재판소 재판관은 최고재판소가 후보자 명부를 내각에 제출하면 내각이 한명을 임명하고 일왕이 인증한다. 특히 검찰과 관료, 재판관 출신 등은 내각과 교감이 많은 이들이 주로 맡는다. 인권·평화 활동을 한 변호사들은 언제나 소수에 머무른다. 2016년에는 아베 신조 총리와 관련 있는 가케학원의 감사였던 기자와 가쓰유키 변호사가 최고재판소 재판관이 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재판관 출신 변호사는 “최고재판소 재판관 임명 과정이 정치화되면서 다양성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최고재판소.
일본 도쿄에 있는 최고재판소.

일본 최고재판소는 그늘진 역사를 지나왔다. 1959년 최고재판소는 농민들이 미군 스나가와 기지 비행장 확장에 반대하며 경계를 뚫고 기지 안으로 들어간 사건에 무죄 선고를 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판결을 했다. 당시 최고재판소 장관이었던 다나카 고타로는 공개적으로 수차례 ‘재판소는 국가의 옹호자’라는 말을 했다고 알려졌다. 50년이 지나 미국이 보관하고 있던 문서에서 다나카 장관이 재판의 합의 내용을 미국에 누설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우치다 히로부미 규슈대학 명예교수는 “현재까지 이런 인식이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없지만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 법원을 어떻게 ‘헌법의 옹호자’로 바꿀 것인지가 사법개혁의 과제”라고 말했다.

최고재판소는 최근에도 행정소송에서 정부 쪽 주장을 자주 인용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2016년 최고재판소는 아쓰기 기지 자위대기의 소음 피해와 관련해 야간 비행 금지를 인정한 1·2심을 뒤집었다. 지난해에는 졸업식에서 ‘기미가요’를 부를 때 기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쿄도가 고교 교원의 재고용을 거부한 것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1·2심을 뒤집었다.

도쿄/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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