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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윤 총장께 죄송, 가족 배려 부탁” 유서…검찰조사 압박 느꼈나

등록 2019-12-02 20:57수정 2019-12-03 02:44

‘하명수사’ 논란 열쇠 쥔 수사관
9장 분량 메모 형식 유서 남겨

청와대 대변인 “극단 선택한 이유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
첩보 보고서 출처 자체 조사 중

검찰 “별건수사 압박 전혀 없다”
적법절차 따른 수사 진행 강조

“윤석열 총장님께. 죄송합니다. 가족들 배려 부탁합니다. 건강하십시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산하 특별감찰반원으로 지난 1일 극단적 선택을 한 백아무개 검찰 수사관이 윤 총장에게 유서 형식으로 가족들에 대한 배려를 부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 수사관이 근무 인연이 있는 윤 총장에게 가족을 부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는 백 수사관이 지난달 울산지검 조사를 받은 뒤 동료에게 ‘앞으로 힘들어질 것 같다’는 언급을 했다고 밝혔다. 백 수사관이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을 느꼈다는 취지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백 수사관은 전날 모두 9장 분량의 메모를 통해 각각 부인과 자녀들, 형제, 친구 등을 지목해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에 대한 메모는 이 가운데 하나다. 애초 백 수사관은 ‘윤 총장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추가 내용이 더 있었던 것이다.

유서 내용과 관련해, 백 수사관이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윤 총장에게 인간적인 미안함을 전하며 가족들을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백 수사관은 윤 총장이 과거 대검 중수부(현 반부패·강력부) 근무 시절 함께 일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직접 백 수사관의 빈소에 방문해 조문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백 수사관이 울산지검에 다녀온 뒤인 (지난달) 24일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다. 행정관과 상관없고, 제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백 수사관이 울산에 함께 출장갔던 동료 특감반원에게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을 털어놨다는 것이다. 백 수사관은 또 울산지검 조사 하루 전날 동료에게 “울산지검에서 오라고 한다.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우리는 울산에 고래고기 때문에 간 것밖에 없는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백 수사관은 지난달 22일 울산지검에서 조사를 받았고,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의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백 수사관이 지난달 검찰 조사를 받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울산에 같이 간 동료에게 그렇게 말했다면, 울산 건과는 상관없는 다른 건이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검찰의 별건 수사 가능성을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별건 수사로 백 수사관을 압박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고인의 사망경위에 대해 한 점의 의문이 없도록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숨진 백씨의 한 지인은 <한겨레>에 “백씨가 가끔 몇몇 가까운 사람들에게 청와대에서 자신의 동료로 있었던 김태우 수사관이 민정수석실에 비리가 많은 것처럼 이야기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최근 직접 통화했을 때도 목소리가 안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백 수사관에 대한 부검 결과 ‘특이 외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서초경찰서는 이러한 부검 결과와 현장감식 결과 등으로 보아 “범죄 관련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박준용 최우리 이완 권지담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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