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검찰 수사관 백아무개(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씨의 빈소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백씨의 직속상관이던 이광철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검찰 조사를 앞두고 갑자기 목숨을 끊은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백아무개 수사관이 주변에 상당한 불안감을 호소했다는 말이 나왔다. 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 긴급체포를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백 수사관은 지난 1일 숨지기 전에 직장 동료 등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아무래도 도청을 당하는 것 같다”며 불안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가 실제 도청을 당했는지, 누가 도청을 했다는 것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유재수 감찰중단 의혹’ 사건의 수사 상황을 알아보려는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 등의 전화를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점은 검찰도 주목하는 대목이다. 백 수사관은 민정수석실 근무를 마치고 지난 2월 검찰로 복귀한 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에서 일해왔다.
그와 근무 인연이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백 수사관이 ‘유재수 감찰중단 의혹’을 수사하는 부서의 부서원이면서 동시에 청와대 특감반 때의 활동 때문에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여서 괴로워한 것은 사실”이라며 “없는 이야기를 지어낼 사람이 아니고,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백 수사관이 지난 1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 출석을 앞두고 긴급체포될 것을 우려했다는 말도 나온다.
백 수사관은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였던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연이은 폭로로 인한 부담감도 주변에 토로했다고 한다. 그의 지인은 <한겨레>에 “백 수사관이 가끔 ‘김 전 수사관이 민정수석실에 비리가 많은 것처럼 이야기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최근 직접 통화했을 때도 목소리가 안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백 수사관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고인에게 (검찰 수사와 관련해) 압박을 가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10시36분께 이광철 민정비서관, 김영식 법무비서관과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해 조문을 마친 뒤 “고인이 남긴 유품을 빨리 돌려받았으면 좋겠다는 유족들의 부탁을 받았다”는 말도 전했다. 검찰이 하루 전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확보해간 백 수사관의 휴대전화와 유서 등을 돌려달라는 유족의 뜻을 대신 전한 것이다. 유족들은 특히 백 수사관이 남긴 유서를 돌려받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수사관의 청와대 근무 시절 상관이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도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백 전 비서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의 첩보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신 게 맞냐” “고인과 수사와 관련해 최근 통화하신 적이 있냐”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강희철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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