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오섭 씨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500여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참사, 그 구제를 위한 노력이 막바지에서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16일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황전원 지원소위원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들이 국가 조사 기구로서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가능한 자제하고 있지만, 사안 자체가 워낙 절박하기 때문에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다”고 그는 호소했다.
황전원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지원소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기 위해 2017년 2월에 제정됐다. 그러나 법이 인정하는 피해 질환 범위가 지나치게 좁고 ‘구제계정'과 ‘구제급여'를 구분한 탓에 피해자 간 차별이 발생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피해 인정 질환을 확대하고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을 특별기금으로 통합·확대해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하며,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병의 인과관계 입증 책임을 기업에 둘 수 있도록 고친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사위는 지난 9일 이 개정안을 상정해 심의했다. 이의를 제기한 법사위원은 없었다. 그러나 법안은 의결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등이 추가 심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 의결이 보류된 것이다.
황전원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지원소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 조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검토보고와 특조위 의견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법무부는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병 사이의 인과 관계를 기업이 입증하도록 하는 내용에 반대했다. 구제급여가 부족하면 기업에 추가분담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기업에 자료 제출을 명령한 조항도 관련 규정이 없고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기획재정부는 장해급여 신설이 요양 생활 수당과 비슷한 성격이고, 추모사업 추진도기업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 추모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라 부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오섭 씨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잦은 기침 등으로 항상 지니고 다니는 휴지 뭉치를 들어보이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특조위는 “오늘날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오히려 심화된 것은 그동안 무원칙·무성의·무의지의 태도를 보여준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획재정부는 2013년에 국회의 피해자 구제를 위한 추경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피해구제 관련법 제정도 반대해 무산시켰다”며 “급하게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법무부와 기재부, 주무 부처인 환경부로 인해 법 개정이 무산되면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는 행위인 것을 명심하라”고 비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최숙자씨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모습을 1인미디어 ‘흙곰’ 운영자가 실시간 중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방상훈 씨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정아 기자
황전원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지원소위원장(맨오른쪽)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 조속통과를 촉구하는 동안 피해자 최숙자 씨(가운데)가 발언을 듣고 있다. 이정아 기자
이날 회견에 함께 한 피해자 방성훈 씨는 2011년 폐암을 진단받은 뒤 현재까지 한쪽 폐로만 생활하며 투병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통은 이미 세상을 뜬 피해자와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한 채 살아가는 다른 피해자들의 고통에 비하면 작은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방 씨는 법 개정을 위해 활동하면서 국민을 보호해줘야 하는 정부의 벽을 확인했다며, 개정안 통과를 위해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하다고 부탁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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