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민중공동행동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 앞서 사법부위 이쟈용 실형 면제 시고를 구탄하는 손팻말 시위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따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량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방침을 놓고 ‘사법거래’ ‘노골적 봐주기 재판’ ‘답정너 재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지난 17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네번째 재판에서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점검할 ‘전문심리위원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첫 재판에서 준법감시제도를 만들라고 권고하고 삼성이 석달 만에 이를 구체화하자, ‘전문심리’를 통해 양형 사유로 삼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행하면 실제 감형으로 이어지도록 모양새를 만든 셈이 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피고인이 형을 줄이기 위해서 피해 변제도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스스로 노력한 뒤 법원이 이를 양형에 반영할지 말지 판단하는 게 상식”이라며 “삼성에 특정한 행동지침을 미리 주고 이를 잘하면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사법거래’를 용인하지 않는 우리나라 재판 제도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거는 채택하지 않아 ‘불공평한 재판’이라는 지적을 자초했다. 재판부는 지난 17일 특검 쪽이 신청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및 삼성물산 합병 관련 증거 채택을 보류했다. 대법원이 승계 작업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한 만큼 “개별 현안과 구체적 대가 관계는 (심리) 필요성이 없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지만, 적극적 뇌물 공여 정황 등 법이 권고하는 양형 가중 요소를 일부러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민주주의21 창립준비위원회(위원장 김경율 회계사)는 “범죄 위법성에 대한 증거는 채택하지 않고, 준법감시위만 양형 기준으로 삼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노골적인 봐주기 판결을 시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치료적 사법으로 알려진 재판부의 ‘사법 실험’의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벌이 없는 미국 체제에 적합한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총수가 막강한 힘을 가진 한국식 재벌 체제에 이식해 이 부회장 감형을 위한 특혜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 17일 논평에서 “이재용 부회장 아니면 대체 어떤 피고인이, 범죄를 이미 다 저지르고 대법원에서 법리 판단까지 받아 최종 선고를 앞둔 상태에서, 재판부가 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재발 방지 조치를 하고 감형을 기대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음주운전처럼 피고인 개인 행동에 대한 교정과 회복이 필요한 범죄가 아니라 뇌물과 횡령 같은 기업 범죄에서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검사장은 “이번 이 부회장 재판은 답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답정너’ 재판처럼 보인다”며 “이렇게 결과가 예상되는 재판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범행에 대한 사법부 판단은 재상고 없이 이번 파기환송심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형사소송법상 사형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돼야만 양형 부당으로 재상고가 가능하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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