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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사설] ‘이재용 재판부’, 결국 봐주기 수순으로 가나

등록 2020-01-17 19:53수정 2020-01-18 02:3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회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회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사건 파기환송심을 진행하는 재판부가 최근 삼성이 발표한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점검해 이 부회장의 형량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삼성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의 감형용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법부의 오랜 ‘재벌 봐주기’ 관행이 부활한다면, 국민의 지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17일 열린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서 “삼성에서 제출한 새로운 준법감시제도는 기업범죄 양형 기준에 핵심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삼성의 제도가 취지에 맞게 실효적으로 운영되는지 1월 말까지 중립적인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해 점검·평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재판장이 지난해 10월 첫 재판에서 한 말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정 부장판사는 당시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함을 먼저 분명히 해둔다”고 전제한 뒤 “삼성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준법감시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피고인들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씨도 이런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재판장의 말이 달라졌다”고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검은 또 “전문심리위원 선정에 반대해 협조할 생각이 없으며, 재판이 불공평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태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심을 깨고,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으라고 판결한 취지에도 어긋난다. 대법원은 2심과 달리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경영권 승계의 도움을 기대하며 묵시적 청탁과 함께 뇌물을 줬다고 봤다. 뇌물 액수와 횡령 금액도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 등이 추가돼 36억여원에서 86억여원으로 늘어나,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삼성은 2006년 삼성 엑스파일 사건,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 등 대형 불법비리가 터질 때마다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쇄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집행유예 등 선처를 받은 뒤에는 모두 흐지부지됐다. 이번 준법감시제도 역시 총수의 변심에 따라 언제든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많다. 명분 없는 ‘재벌 봐주기’는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고,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공정과 정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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