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코알라 산 채로?” 혐오 조장하는 ‘신종 코로나 가짜뉴스’ 총정리

등록 2020-01-29 07:00수정 2020-01-29 11:45

[더(The) 친절한 기자들]
불신 바탕으로 한 가짜뉴스가 음모론까지 나아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 톈진에서 입국한 사람들이 검역소에서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영종도/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 톈진에서 입국한 사람들이 검역소에서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영종도/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우한 폐렴, 중공의 생물학 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이 기획한 국제범죄.”

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라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관련 제목입니다. 신종 코로나 감염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믿고 싶거나 혹은 믿고 싶지 않은 ‘믿음들’ 때문에 만들어지고 또 전파되는 ‘가짜뉴스’의 양상이 다시 사나워지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겨레> 24시팀 김완 기자입니다. 저는 1년 6개월 전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란 제목의 기획 시리즈 기사를 썼습니다. 당시 수백 건의 가짜뉴스들을 수집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동료들과 함께 하며 내린 결론은 ‘가짜뉴스는 우연 혹은 실수가 아닌 의지를 가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에 대한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편견과 발병 과정 등이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신종 코로나는 가짜뉴스가 창궐하기 좋은 최적의 조합입니다.

가짜뉴스는 불신에 바탕합니다. 불안을 자극해 특정한 공포를 확산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거짓 정보’입니다. 특히 국내 가짜뉴스들은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기 위해 혐오를 동원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현재까지 제대로 확인된 사실은 많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루머나 유언비어가 돌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정보들은 혼란스럽지만 곧 공론에 의해 검증되거나 걸러집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흘리는 ‘허위 정보’와 의도적인 ‘거짓 정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론을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듭니다. 특히 특정 집단을 공격하기 위한 의도의 가짜뉴스들은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들 위협하는 ‘흉기’가 됩니다.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동안, 가입자가 1천명이 넘는 카톡방에서 도는 신종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를 살펴봤습니다.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진실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정보들은 최대한 배제했고, 혐오를 부추기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가짜뉴스들만 추리니 28건 정도가 남았습니다. 주요 가짜뉴스들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가짜 뉴스 제목들>

-“우한 폐렴, 실제 감염자 9만명 이상”…현지 의료인 폭로(?)

-“우한 폐렴,중공의 생물학 무기” 음모론 확산

-우한 사태와 친중 여시재와 특정 종교의 삼각관계는?

-존즈홉킨즈 의대, 우한폐렴으로 1년 안에 전세계 6억5천만명 사망 예측

-#[공포] ‘중국’ 우한 폐렴 환자들 ‘공짜 치료’ 받으러 이미 대거 국내로…

-우한 폐렴 걸린 중국인 방한하면 우리 돈으로 치료 - 생활비까지 대준다고?

-‘우한 폐렴’ 보자마자 홍콩 최고 바이러스 전문가가 도망친 이유

-중국 시진핑 공산당 정부가 의도적으로 기획한 코로나바이러스 우한폐렴 세계 재앙

-박쥐, 고양이, 코알라까지 산채로? 당장 중국인 입국 대책 세워야!!

-“폐렴환자 ‘10만명 이상’ 베이징, 상하이, 광동은?“

무시무시합니다. 포장과 변주가 있지만 결국, 한 방향을 향합니다. 중국인을 공격하고 ‘혐중 정서’를 부추기는 의도적 거짓 정보들입니다. 물론 어떤 가짜뉴스에는 ‘사실’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일부는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그럴듯하지 않다면 사람들을 믿게 만들 수 없고, 인과 관계가 논리적이어야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사실과 거짓을 잘 배합해 비틀어내야 훌륭한(!) 가짜뉴스입니다. 특정한 의도를 가진 혐오 공격형 가짜뉴스의 창궐은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그 타이밍은 정치적 의도와 연관됩니다.

중국 우한에 있는 교민 등을 데리고 오기 위해 전세기를 띄우기로 한 한국 정부 결정이 알려진 27일 밤 이후 신종 코로나 가짜뉴스가 집중 전파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2018년 제주도에 예멘 난민 입국이 알려진 직후, 막연한 공포로 가짜뉴스가 창궐했던 때와 흡사합니다. 누군가는 지금의 불안을 정부에 대한 반감과 공포로 연결 지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전 세계가 중국 정부의 발표를 미심쩍어합니다. 중국 정부가 상황을 왜곡해 설명하고 있다는 의심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사회의 낮은 민주주의와 무딘 인권 의식은 전 세계의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였고, 미확인 전염병 문제에서는 이 사실은 더욱 난제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모든 것을 속이고 있다거나,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이 모두 거짓인 것은 아닙니다.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한국 정부의 결정이 친중적이라거나, 중국에 종속적인 것이 될 수도 없습니다.

현재 유통 중인 혐오 선동형 가짜뉴스는 대부분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단출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중국인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공포를 전파하는 형태입니다. 중국 정부의 발표를 아예 괴담 취급하면서 중국인의 미개함과 야만성을 증폭하는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들을 보면 지구 멸망의 날이 머지않은 듯합니다. 이미 확진 환자가 수십만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적게는 수만명이고 많게는 90만명까지라고 주장합니다. 사망자 숫자도 수천에서 10만명까지로 다채롭습니다. 28일 오후 기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신종 코로나 사망자는 106명, 확진자는 4515명이라고 집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식 집계는 무시됩니다. 중국은 원래 믿을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빠르게 사망자와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중국 정부 발표를 비판하는 국내 주요 언론사 뉴스 화면과 함께 공항, 거리, 병원 입구 등에 쓰러져 있는 중국 사람들을 편집해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상황의 참혹함을 왜곡합니다. 이런 이미지의 출처는 주로 진실을 알리려는 ‘중국 네티즌’ 등으로 소개됩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나 유튜브 등에서 ‘중국 현장 영상 모음’ 등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거리, 병원, 공항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쓰러져 있고 방한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긴박하게 이들을 태워 나르는 화면 등입니다. 심지어는 국내 한 지하철역에 중국인 확진자가 쓰러져 있었다고 올라온 영상도 있었는데 이후 술에 취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현장 영상’이라고 편집된 이미지들은 대부분 정확한 출처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일부 이미지의 경우 사스가 유행하던 당시의 중국이나 홍콩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들은 사실을 다루는 영상과 짜깁기 돼 더 큰 파급력을 지닙니다. 예컨대 “우한 폐렴 진원지에서 목숨 걸고 올린 영상”이란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있습니다. 우한에 거주하고 있는 한 청년이 중국의 폐쇄적 상황을 비판하며 도움을 호소한 개인 방송입니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600만을 넘겼는데, 가짜뉴스들은 이 청년의 절절한 호소를 음성과 자막으로 깔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을 짜깁기한 화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애초 영상에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치사율이 사스에 10배에 달한다’는 내용을 추가합니다.

영상만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은 메르스보다는 높지만 사스보다는 낮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공기 중 감염은 안 되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입니다. 비말 감염 예방은 일회용 종이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눈만 바라봐도 감염된다는 가짜뉴스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씨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피부를 통해선 바이러스가 들어가지 않지만 눈 안쪽의 점막을 통해서는 침투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치사율은 아직 유행 초기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 지난에서 입국한 사람들이 검역소에서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하고 있다. 영종도/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 지난에서 입국한 사람들이 검역소에서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하고 있다. 영종도/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파력과 치사율에 대한 가짜뉴스는 중국에 대한 불신과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합니다. 중국의 한 블로거가 박쥐탕을 먹은 몇 년 전 영상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후 ‘중국인은 코알라도 먹고, 심지어 태아까지 먹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야생동물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코알라나 태아 먹는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습니다. 정확한 사실보다는 인종에 대한 차별에 근거한 혐오입니다.

‘신종 코로나 치사율이 사스의 10배가 넘는다’ ‘현장을 조사하던 중국 정부 의료진도 도망갔다’ ‘벌써 9만명의 중국인이 죽었다’ 등을 제목으로 하는 가짜뉴스들은 아예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 사실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런 가짜뉴스들은 홍콩 대학의 바이러스 전문가라는 한 교수의 인터뷰에 바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교수는 중국의 상황이 춘절 연휴(24~30일)를 거치며 “통제 불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덧붙여 신종 코로나의 경우 ‘슈퍼 전파자를 찾을 수 없고, 수산물 시장 등 진원지가 이미 정부에 의해 폐쇄되어 원인을 알기 어려우며, 중국인들이 전염병에 대한 대비를 잘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중국 정부의 무능과 중국인들의 무감각을 비판한 인터뷰입니다. 그러나 이 인터뷰 내용은 정확하지 않은 번역과 수십가지의 변주를 거쳐 ‘중국 정부가 오래전부터 의도적으로 감염 전문의들을 박대해왔다’는 내용으로 둔갑합니다. 이렇게 왜곡된 인터뷰 내용은 각종 거짓 수치들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스의 10배가 넘는 10만여명의 확진자가 있다, 치사율이 10배가 넘는다는 가짜뉴스는 이 인터뷰 이후에 등장했습니다. 앞서, 우한에서 한 의료진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는 얘기도 퍼졌으나 그는 이미 퇴직한 사람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주기적으로 구체적인 병원명까지 거론되며 “국내에도 사망자가 있다”는 가짜뉴스가 출몰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짜뉴스들은 결국 신종 코로나를 중국이 기획한 ‘국제범죄’로 규정하는 음모론으로 나갑니다. 근데 왜 한국은 중국인을 받아들이고, 우한에 있는 자국민을 데려오려 하느냐는 겁니다. 국제범죄에 동참하는 꼴이라는 논리 전개는 진보·보수를 떠나 위생에 대한 불안과 질병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자극합니다. ‘우한 폐렴 걸린 중국인, 치료비에 생활비까지 지원’이란 제목의 가짜뉴스는 노골적입니다. 감염예방법에 따라 질환자를 격리 치료하는 법령을 무시한 채 문재인 정부가 ‘중국몽’에 빠져 중국에 퍼주기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미 6500명의 중국인이 공짜 치료를 받으러 입국했다거나 15만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공짜 치료 대기 중이란 가짜뉴스들도 같은 맥락입니다.

가짜뉴스의 알고리즘에 빠지면 왜곡된 상황 인식과 사실이 아닌 것을 믿는 확증 편향이 자연스러워집니다. 중국인이 괜히 밉고, 중국 사람을 가급적 피하고 싶고, 중국을 도우려는 정부가 이상해 보이나요. 그렇다면 잘못된 길에 들어섰습니다. 신종 코로나를 두고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중국을 혐오하고 중국인을 차별하는 것으론 무엇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쏟기 보다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제 가짜뉴스에서 벗어나 진짜 현실을 바라 볼 때입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