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오고 있는 ‘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JeNeSuisPasUnVirus)’ 해시태그 캠페인 모습. 트위터 등 갈무리
아시아는 물론이고 프랑스와 독일, 미국과 캐나다 등 유럽과 북미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세계 곳곳에서 동양인들을 향한 ‘제노포비아’(이방인을 향한 혐오 현상)가 확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병한 것으로 꼽히면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 현상이 번지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 사람들도 함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30일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 길거리에서 XX(여성 비하 표현) 소리 들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는 누리꾼은 “어느 중년의 할아버지로부터 ‘저 더러운 중국X’ 소리를 들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은 ‘꺼져’라고 대놓고 했다”며 “심지어 길 가던 어느 노숙자가 저보고 ‘XX(여성 비하 표현)’라고 얘기해 순간 울컥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한국인이라고 하는데도 일단 아시아인들은 다 꺼지라고 한다“며 “우려했던 일이긴 한데 실제로 당해보니 혐오의 무게가 굉장히 무겁다. 사람 많은 곳은 가기가 두렵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와 함께 생겨난 아시아계 혐오 현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날에는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학연수로 캐나다에 머무르고 있다는 한 누리꾼이 “마스크를 하고 길을 걷는데 한 남자가 ‘바이러스’라고 외치며 재채기를 하는 제스처를 했다”고 주장했다. 한 아시아계 프랑스인은 지난 28일 <비에프엠>(BFM) 방송을 통해 “파리 시내의 스포츠센터에서 나오는데 한 남자아이가 ‘코로나바이러스가 온다’고 소리치며 비웃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한 지역신문도 최근 1면에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황색 조심, 황색 위험’이라고 표현해 아시아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을 보면, 캐나다 토론토 지역 교육위원회에는 지난 28일 중국에서 돌아온 가족이 있는 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외에 거주하거나 체류 중인 아시아인들은 이 같은 혐오를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중국계프랑스청년연합(AJCF)은
이날 “혐오가 중국 공동체뿐 아니라 프랑스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전체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특히 대중교통에서 이런 불합리한 차별이 극심하다. 멈춰달라”는 성명을 냈다. 프랑스계 아시아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차별을 당한 경험을 글로 적어 ‘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JeNeSuisPasUnVirus)’라는 해시태그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