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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중국에 퍼지는 리원량 제문 “삶은 참 좋지만 나는 갑니다”…언론자유 요구도 봇물

등록 2020-02-10 16:03수정 2020-02-11 02:44

중국 전역 교수들, 언론 자유 요구하는 기명 성명 발표
마오저뚱 1946년 기고 인용해 시진핑 비판하기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와 있는 중국인들의 ‘언론자유’ 요구 시위 인증샷들. 동아시아국제연대 제공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와 있는 중국인들의 ‘언론자유’ 요구 시위 인증샷들. 동아시아국제연대 제공

지난해 12월 중국 전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가 중국 정부로부터 고초를 겪고 지난 7일 새벽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 숨진 의사 리원량(34)의 죽음이 억압적 통제로 숨죽이던 중국 시민사회까지 들썩이게 하고 있다. 중국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중국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언론 자유’를 거세게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의 한 대학 강사로 알려진 이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의 공중 계정에 올린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하여 말을 했습니다’(他爲蒼生說過話)란 제목의 위원량 제문. 위챗 갈무리.
중국의 한 대학 강사로 알려진 이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의 공중 계정에 올린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하여 말을 했습니다’(他爲蒼生說過話)란 제목의 위원량 제문. 위챗 갈무리.

지난 8일 중국의 한 대학 강사로 알려진 이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의 공중 계정에 ‘그는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하여 말을 했습니다(他爲蒼生說過話)’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리원량의 시점에서 현재 상황을 복기하는 형식의 글인데, 위챗, 웨이보, 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에서 ‘리원량 제문’으로 불리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 속의 리원량은 “나는 본디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 하느님이 나에게 그의 뜻을 백성에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나에게 태평한 세상에 소란피우지 말라며, 도시 가득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이 보이지 않냐고 말했습니다”라고 중국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이 글은 이어 “전 세계가 지금의 안녕을 계속 믿게 하기 위해 나는 단지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 선홍색 인장으로 내 말이 모두 동화 속 꿈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왕관을 쓴 치명적인 황후는 반란을 위해 속세에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천하는 다시 북적거렸습니다. 누구도 몰랐습니다. 거대한 비극이 곧 성문을 잠그리라고는”이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나의 기개는 보증서 한 장으로 죽었습니다”라며 중국 정부가 리원량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음을 한탄한 뒤 “삶은 참 좋지만 나는 갑니다. 다시는 가족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 없습니다. 나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아이와 만나기를 꿈꿨습니다. 아들일지 딸일지 태어나면 뜨거운 눈물을 머금고 사람의 물결 속에서 나를 찾을 것입니다. 미안하다, 아이야!”라고 호소했다.

뿐만 아니다. 페이스북 등에는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중국시민들의 인증샷 수백 장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를 신고했다가 되레 체포되고 탄압받았던 리원량 등 8명의 의사의 명예를 회복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며 △추모할 권리를 보장하고 △언론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정보통신운동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홍명교 진보넷 활동가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 정부를 향한 민주주의 확대 정국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는 페이지가 많아졌다. 다만 올라오는 족족 거의 다 지워진다. 하루 지나서 보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 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중 계정 등에 올라온 상하이 복단대 앞 거리 1인 시위 모습. 위챗 갈무리
중국 내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중 계정 등에 올라온 상하이 복단대 앞 거리 1인 시위 모습. 위챗 갈무리

중국 내 지식인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6일 우한 지역의 교수 10명이 공동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가 ‘언론자유 보장’을 적시한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을 비롯해 8일에는 중국 전역 교수들이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기명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시진핑 주석이 지난 1월28일 베이징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만날 때 등장한 이후 언론에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도 비판과 의문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중국 누리꾼들은 마오저뚱의 1946년 <신화일보> 기고글을 인용해 시진핑을 비판하고 있다. 당시 마오저뚱은 국민당을 향해 ‘(국민당) 반동파는 세계에서 언론자유를 가장 두려워하는 집단이다. 그들은 인민의 해방(개변)을 두려워하며, 인민이 변혁의 시대의 진상을 알게 되는 걸 두려워하며, 자신의 추악함이 인민 대중의 면전에 폭로되는 걸 무엇보다 두려워한다’며 ‘각종 비열하고 후안무치한 수단을 써서 인민의 눈을 가리려 하고, 인민의 귀를 막으려 하며, 인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고 썼다. 근대 중국을 건국한 중국 공산당 초대 주석의 말을 빌려 장기 집권 중인 시진핑을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 셈이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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