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3차 전세기로 귀국한 교민과 중국 국적 가족 140명이 12일 오전 임시 생활 시설인 경기도 이천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에 도착해 격리생활에 들어갔다. 이날 김포공항에 도착한 어린이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코로나19에 걸려 격리된 채 치료를 받던 확진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해 속속 퇴원하고 있지만, 일상으로 돌아간 이들의 심적 불안을 덜어줄 심리지원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12일 퇴원한 3번째 환자(54·한국인 남성)는 입원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탓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병행했다. 증상 발현 이후 동선이 공개되면서, 자신을 비난하는 악성 댓글(악플)이나 언론 보도를 보고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것이다. 명지병원 의료진은 그에게 티브이와 인터넷을 보지 말 것을 권하기도 했다. 3번째 환자 외에도 감염병에 대한 불안과 신상 노출,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더 있는 상황이다.
13일 홍정익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확진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상담이 필요하면 해당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받게 하고, 이런 조처가 어려울 땐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의뢰를 해달라고 했다”며 “퇴원 뒤에는 관할 보건소가 확진환자에게 심리상담 안내 문자를 먼저 발송한 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환자 연락처를 공유하는 상담 의뢰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5일부터 이날까지 7명의 환자가 퇴원했지만, 국가트라우마센터로 들어온 상담 의뢰는 1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당국은 확진환자 또는 격리자에 대한 심리지원을 위해 국가트라우마센터, 국립 정신의료기관·정신건강복지센터 등으로 구성된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자가격리자나 격리해제자에 대해선 관할 보건소로부터 상담 의뢰를 받은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심리지원을 맡는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격리자에 대해선 모두 129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확진환자들이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심리위기지원단장이었던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트라우마사업부장은 “이목이 집중되므로 재난 피해 당사자들은 숨으려 한다. 초반에 안정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 불신·불안이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감염병 환자들의 심리적 고통이 큰 이유에 대해 그는 “일반적인 재난 피해와 달리 감염병에 대해선 나도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이 크기 때문에 환자들을 안쓰러운 존재가 아닌 나쁜 존재로 여기는 것”이라며 “분노의 대상이 되는 사람 입장에선 심리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한 이들이 주위에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민영 부장은 “환영하되 평범하게 대하라”고 조언했다. 똑같은 질문을 자주 받았을 이들에겐 지나친 관심이나 호기심 어린 말이 되레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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