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코로나19 환자가 방문한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코로나19 15번째 확진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자가격리를 하던 도중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하는 바람에 이 환자의 인척이 감염 확진판정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3일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43살 한국인 남성인 15번째 환자는 지난달 20일 4번째 환자와 중국 우한에서 같은 비행기로 입국한 뒤 밀접접촉자로 분류됐고, 지난달 29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15번째 환자는 1일부터 호흡기 증상을 호소했고, 이날 낮 2시께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은 다음날인 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41살 여성인 20번째 확진 환자는 15번째 환자의 처제인데, 같은 건물에 살지만 다른 층에 거주하고 있다. 20번째 환자는 15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2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20번째 환자가 15번째 환자를 언제 접촉했느냐는 점이다. 15번째 환자가 지난달 29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였기 때문에, 20번째 환자가 그 전에 15번째 환자와 접촉했다가 감염됐다면, 15번째 환자의 증상이 1일부터 나타났던 점을 고려하면 최초의 무증상 감염 사례가 될 수 있다. 반면 15번째 환자의 자가격리 이후 접촉했다면, 자가격리자 생활수칙을 어기는 게 된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가격리대상자 및 가족·동거인 생활수칙을 보면,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기(식사는 혼자서 하기) △가족 또는 동거인과 대화 등 접촉하지 않기(불가피할 경우 얼굴을 맞대지 않고 마스크를 쓴 채 서로 2m 이상 거리 두기) 등의 규칙을 제시하고 있다.
<한겨레>가 질병관리본부와 15번째 환자 등에게 확인한 결과, 15번째 환자가 자가격리 기간 중이던 지난 1일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사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했고, 이 가운데 20번째 환자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가격리자 생활수칙 위반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 주의를 주고 있는데 실제로 자가격리자들이 14일 동안 생활수칙을 잘 지키느냐 일일이 검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두 환자가 거주하는 수원시 장안보건소는 “하루 두 번 전화 모니터링으로 발열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자가격리를 유지하라고 요청했다. 지난 1일의 경우, 15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이었기 때문에 방문 소독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자가격리는 개인의 규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충분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해 본인 스스로 규칙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교수(예방의학)는 “자가격리 생활수칙을 위반하고 집안에서 가족들이랑 일반적으로 생활하면 가족들을 병들게 하는 것”이라며 “대상자 스스로가 가족과 지인을 보호한다는 마음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15번째 환자는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1일은 토요일이라서 가족들끼리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한 것이고,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대상자라는 전화는 받았지만 자가격리 통지서는 받지 못했다.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이걸 무시하고 밖으로 돌아다니면 벌금 받고 그런 거겠지만, 통지서를 받지도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날 “자가격리 생활수칙 위반이 맞다. 지방자치단체 등과 논의해 경찰 고발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한편,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자가격리자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자가격리자 관리 업무를 행정안전부에서 전담하고 시·도별 지역담당관(과장급)을 지정해 관리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재구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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