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대구시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에서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는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몰리고 있으며 다수의 확진자가 음압 병동에 입원해 있어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비를 강화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 지역에서 하루만에 3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이들 중 여럿이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31번째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다중이 밀집하는 종교행사 개최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종교기관은 자체적으로 종교행사를 중단하고 나섰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지난 19일
‘다음달 5일까지 교구 내 성당과 기관, 학교, 수도회 등에서 신자와 함께하는 미사와 각종 집회 및 행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경북 칠곡의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도 대구대교구의 결정에 보조를 맞춰 다음달 5일까지 2주간 신자들의 방문을 금지했다. 대구·경북 지역과 인접한 마산교구 관계자는 “미사나 각종 행사 중단까진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성당 내 소규모 모임들은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천주교 교구 가운데 가장 많은 신자가 등록된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미사 중단에 관해선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 다만 (미사 참석 대신) 방송을 통한 미사 참여를 유도하고 미사 중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각 성당별로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0일 “대구·경북 사찰은 최소 2주간 모든 법회 및 성지순례, 교육 등 각종 행사와 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지침을 내렸다. 대한불교조계종은 각 사찰에 코로나19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열감지 카메라 등을 준비해 사찰 내 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지침을 배포할 예정이다.
개신교 쪽도 일부 예배를 중단하는 등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세우고 있다. 신도 56만명이 등록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6일부터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주일철야예배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이 교회 관계자는 “교회 내에 소독약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방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 예배당을 둔 초대형교회인 은혜와진리교회 관계자도 “지난 3일부터 월요축복예배, 새벽예배 등을 중지했다가 코로나 19가 잠잠해졌다고 판단해 이번주 초 재개했다. 그러나 확진자 증가로 다시 회의를 열어 재중단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감염을 막으려면 종교행사를 포함한 집회 자제는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정진원 중앙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된 이상 종교 집회를 떠나 좁은 공간에 밀집된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행사는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 자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종교 집회에 대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자제 요청과 종교기관의 자체적인 예방 대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자체들로선 자칫 종교 활동을 옥죈다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어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앞서 7일 경기도 구리시는 17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뒤 구리시내 종교단체들에 종교집회 중단 공문을 보냈다가 구리 기독교연합회가 민원을 제기하자 제한 요청으로 수정했다.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대구시도 최근 종교 행사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단 항의를 들을까봐 조심스럽다. 공공 문화시설은 임시 휴관이 가능하지만 민간 행사에 대해서는 협조 요청이 할 수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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