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지난 20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도 코로나19에 대한 차별없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대형마트나 호텔 등 관광업계 매출이 급감하면서, 일부 기업들이 업계에 종사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에게 무급휴가를 사실상 강요하는 등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이 <한겨레>에 공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심한 경우 객실 가동률이 10%대로 떨어지는 등 전반적인 매출 급감을 겪고 있는 호텔업계에서 서비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ㅋ호텔은 매출 감소 등으로 인한 현금 부족을 이유로 들며 직원들에게 월 7일씩 무급휴직을 강요했다. ㅁ호텔도 연차사용 촉진과 무급휴직 최대 6개월을 권유했고, ㅅ호텔도 연차 소진과 무급휴가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뿐만 아니다. 일부 대형마트 등 유통분야 노동자들도 마트 폐쇄 등으로 무급휴가나 연차를 써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휴업수당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잃고 있다. 방과 후 강사는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데도 학교 쪽의 일방적인 폐강 통보를 받고 있고, 학습지 강사는 고객이 감염병 우려로 학습지 이용을 중단해 일감이 급감하고 있다. 전국학습지노조 소속 학습지 강사 중 54%가 코로나19 이후 학습지 이용 중단 연락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에서 학습지 강사로 일하고 있는 유아무개(54)씨는 “이전에는 10명 정도를 가르쳤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3명 정도만 가르칠 정도로 인원이 줄었다. 회비가 줄면 급여가 줄어드는 구조이고 특수고용직이라 회사에 대책을 요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학습지 강사로 일하는 이아무개(54)씨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학습지 이용을 중단하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규정이 애매해 교사들이 학습비를 대납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회사의 대책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감염병 예방대책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대한정수기업체 설치기사 등 가전통신서비스 분야 종사자들은 마스크나 손 세정제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자가격리 중인 고객의 집에서 제품을 설치하는 등 감염병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울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배송기사로 일하고 있는 이아무개(35)씨는 “마스크는 하루에 하나씩 일회용으로 받지만, 손 소독제는 한 번도 지급받은 적이 없다”며 “코로나19 예방지침이나 교육도 전혀 접하지 못했다. 배송제한 지역이라고 안내된 곳도 없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는데 위험한 영역은 회사 차원에서 배송을 막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민주노총법률원은 이날 공개한 이슈페이퍼를 통해 “사용자가 휴업할 경우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민법 제538조 1항 ‘채무자 위험부담의 법리’에 따라 휴업기간 동안 임금 전액을 요구해야 하고 △휴업 관련 사용자의 고의·과실이 없더라도 최소한 근로기준법이 정한 ‘휴업수당’(평균 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제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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