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다문화가정협회 회원들이 중국 후베이성에 구호품을 보내는 작업을 마친 뒤 찍은 사진. 배승동 한중다문화가정협회 회장 제공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에 사는 교민들이 지난 1월23일 봉쇄된 뒤 한달 넘게 고립 생활을 이어가는 가운데, 후베이성 바깥에 사는 중국 교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이들에게 긴급구호품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중다문화가정협회는 우한과 우한이 소속된 후베이성 일부 도시가 봉쇄된 지 한달 만인 지난달 23일 긴급구호품을 우한과 후베이성에 있는 교민 가정에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협회는 중국에 거주하는 한·중 다문화가정이 모인 친목 단체로, 베이징·상하이·광저우를 비롯한 중국 전역의 3000여 교민 가정이 참여하고 있다.
협회의 설명을 보면, 이들이 준비한 긴급구호품은 마스크를 비롯한 개인 방역용품과 라면·참치통조림·미역과 같은 식료품, 비상약품 등인데 우한에 거주하는 56가구와 후베이성 이창, 징저우, 언스, 마청, 징먼, 샤오간 등에 거주하는 24가구에 배송됐다. 협회는 긴급구호품을 마련하기 위해 교민들에게 후원금을 모았다. 구호품을 건넨 교민들은 “후베이성의 혼란한 감염 상황을 시시각각 접하며 모두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금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배승동 한중다문화가정협회 회장은 “지난 1월23일 우한이 봉쇄되고 이튿날인 24일 후베이성의 13개 시가 완전 봉쇄에 들어갔다”며 “현지의 심각한 개인 방역용품과 비상약품, 생활필수품 결핍 상황을 알게 돼 모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배 회장은 이어 “2월 초부터 모금 활동을 진행하고 택배를 보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는데 도시 봉쇄로 (배송이) 어려웠다. 최근 물류 일부가 재개됐다고 해서 구호품을 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중다문화가정협회가 중국 후베이성 징저우시에 머물고 있는 한국 교민 지성재(38)씨에게 제공한 구호품. 지성재씨 제공
후베이성 교민들은 “가뭄 속 단비를 만난 것 같다”며 반가워했다. 아내의 고향인 후베이성 징저우에 설을 쇠러 갔다가 봉쇄로 발이 묶인 지성재(38)씨는 “돈은 있지만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었는데 교민들의 도움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중국인들도 이걸 어떻게 외지에서 받았냐고 물어봐 한국인 친구들이 보내줬다고 했다. 조만간 생일이라 미역국도 먹고 싶었는데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출산을 앞둔 부인, 두 자녀와 함께 후베이성 이창시에 고립된 정경훈(43)씨는 협회에 “구호 의약품 잘 받았다. 특히 임신·수유 기간에 필요한 종합비타민제를 보고 아내가 감탄했다. 저희 셋째가 많은 분들의 돌봄을 받으면서 태어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후베이성 교민들이 모인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대화방에도 구호품 인증 사진과 함께 “구호품 잘 받았다”, “지원해줘서 감사하다”는 훈훈한 인사가 올라왔다.
지난 1월31일과 지난달 1일, 12일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840명 남짓한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 교민들이 전세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100여명의 교민이 후베이성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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