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하나로마트 고양점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줄지어 마스크를 사고 있다. 마스크 공적판매처로 지정된 농협은 이날 전국 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 70만장을 판매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의심자와 접촉했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에 한해, 보건용 마스크가 없다면 면 마스크를 대신 사용하라는 보건당국의 권고가 나왔다. 급증한 마스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자, 공급 확대 노력과 별도로 우선순위에 따른 수요 조절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3일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 개정’ 내용을 발표하면서 “감염 의심자와 접촉 등 감염 위험성이 있는 경우와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보건용 마스크 사용을 권고한다”며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면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와 마스크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단서를 붙였다.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면 마스크 사용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약처 설명을 종합하면, 자신은 건강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를 돌보고 있다면 KF94 이상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앞서 지난달 12일에는 같은 상황에서 KF80 이상을 착용하라고 했지만, 감염 의심자와 접촉할 때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 기준을 더 높였다. KF80 이상의 보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경우는 노인·어린이를 포함한 건강취약계층과 기저질환자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데 가거나 대중교통처럼 환기가 안되는 공간에서 2m 이내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때다. 이전까지는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감염과 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에만 KF80 이상을 권했다.
식약처는 새 권고에서,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보건용 마스크 재사용의 기준도 제시했다. 오염 우려가 적은 곳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했다면 동일인에 한해 재사용할 수 있다. 사용한 마스크는 환기가 잘되는 깨끗한 장소에 걸어 충분히 말려야 한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나 헤어드라이기를 이용해 말리는 건 필터 성능이 떨어지므로 권장하지 않는다. 알코올 소독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시중에 유통 중인 ‘정전기 필터를 장착한 면 마스크’는 얇아서 찢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고, 면 마스크 크기에 맞는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정전기 필터는 수분에 노출되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세탁하면 안 되고, 면 마스크가 젖었다면 새 필터로 교체해야 한다.
식약처는 이런 ‘비상 상황에서의 한시적 사용지침’과 함께,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환기가 잘되는 실내 공간에서까지 굳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고 안내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면 마스크 사용과 마스크 재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식약처도 원칙적으로 세계보건기구와 같은 견해지만 이번 새 권고는 마스크 물량 부족에 따른 부득이한 조처라는 입장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보건용 마스크 착용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씻기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보건용 마스크는 의료인이 (우선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반 시민들은 그것보다는 (밀접한 접촉이 있는 상황에서의) 거리두기가 훨씬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2m 이내에 15분 이상’ 접촉을 피하는 거리두기에 좀더 신경쓰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노지원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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