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정립된 치료법은 없습니다. 중증환자에게 에이즈 치료제(칼레트라), 말라리아약(하이드로클로로퀸)을 쓰기도 하고요. 증상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는 분들은 대증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기도 해요.”
3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이지연 감염관리실장(감염내과 교수)은 자신이 돌보는 코로나19 확진자들 특성이 증상의 정도에 따라 판이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가 감염관리실장으로 근무하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돼, 지난달 21일부터 약 300병상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현재 약 250명의 확진자가 입원해 있다.
전날과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입원 환자들이 대부분 폐렴 증상을 지녔는데, 특히 중증환자는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코로나19 고위험군’ 환자가 주로 이에 해당한다. 이 실장은 이들이 심근염(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것), 장기부전증(몸속 장기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 같은 다른 중증 질환을 앓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20∼30대 환자는 상대적으로 호전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젊고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들은 1∼2주 정도에 증상이 나아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젊은 연령에서도 입원한 뒤 폐렴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는 경증환자는 각기 증상에 따라 치료한다고 했다. 열이 나면 해열제, 기침을 하면 감기약, 설사엔 설사약을 처방하고 경과를 관찰하는 식이다.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국가지정 병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거점병원으로 지정됐을 때는 경증환자 치료가 주요 목적이었다. 실제로 지정 초기, 경증 환자들이 주로 입원했다. 하지만, 4∼5일 전부터는 집에서 입원대기 중이었던 이들을 포함해 중증환자들이 들어오고 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중증환자를 주로 맡았던 다른 대학병원들이 이들을 다 감당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이 실장은 “정부가 경·중증 확진자를 분리해 대응하도록 (지난 2일) 지침을 개정했는데, 현장에서 진료를 하면서 보니까 그렇게 분리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지침에 따라, 대구동산병원에 있던 경증환자 39명은 2일 생활치료센터(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로 이송됐다. 이 실장은 “상태가 호전돼 무증상인 분들”이라며 “앞으로 음성 판정을 받으면 귀가하셔도 되는 분들이 생활치료센터로 가게 됐다. 1인 1실 환경이라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1주일 사이 세번씩이나 격리 장소를 옮겨야 해서 불만을 표시하는 환자들도 계셨다. 지침이 바뀌기 전엔 경증환자도 다른 대학병원이 받아줬다가, 감당이 안 되니 우리 병원으로 왔고, 다시 생활치료센터로 가신 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떠난 자리엔 중증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다.
대구동산병원은 입원한 중환자가 늘면서 물자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의료진도 늘어, 레벨D 방호복도 더 필요하다. 이 실장은 “방호복은 개인별 수량을 정해서 입고 있다. 당장 방호복이 없어서 못 입는 분은 없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모자랄 수도 있다고 느낄 정도”라며 “(방호복을) 착·탈의하면서 수를 매일 센다”고 했다.
의료진들은 과로에 시달린다. 간호 인력은 8시간씩 3교대, 직접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는 의료진은 2시간씩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이 실장은 “휴일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대체 의료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 간호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저만 해도 매일 밤늦게 퇴근하고 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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