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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로나 대응 ‘잠시 멈춤’하자지만…그럴 수 없는 사람들

등록 2020-03-04 05:00수정 2020-03-04 08:55

‘코로나 충격’ 피해도 양극화
복지 쏟아내는 IT·대기업처럼
재택근무·유급휴가 ‘언감생심’
눈치보며 출근하는 중기 노동자
하루 벌어 사는 자영업·프리랜서…
당장의 생계 떠밀려 ‘각자도생’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수방사의 협조를 받아 관내 긴급방역에 병력과 장비를 투입했는데, 매일 자치구별로 신청을 받아 다중이 모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소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 상황에 따라 선별진료소와 확진자 방문 장소 등에도 방역 장비와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수방사의 협조를 받아 관내 긴급방역에 병력과 장비를 투입했는데, 매일 자치구별로 신청을 받아 다중이 모이는 장소를 중심으로 소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 상황에 따라 선별진료소와 확진자 방문 장소 등에도 방역 장비와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달 23일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지 3일로 열흘째가 되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는 만큼 감염증 위기가 가져온 사회경제적 피해의 크기에서도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 일상을 접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잠시 멈춤’을 제안하고 있지만, 다니는 회사나 주변의 도움으로 재택근무나 유급휴직, 가족돌봄 등이 가능한 이들과 그럴 수 없는 이들에게 위기가 차별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종업원 수 3600여명에 이르는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최근 파격적인 조처를 내놨다. 코로나19 상황 대응 차원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6일까지 전 임직원이 유급휴가에 들어간 것이다. 유급휴가가 끝나면, 9일부터는 부서별로 절반씩 나눠 교대로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가능하면 여행 등을 자제하고 집에서 가족에게 봉사하는 시간을 가져 달라고 회사에서 당부했다”며 “열흘 가까이 유급휴가를 준 회사는 엔씨소프트가 유일한 만큼 임직원들도 자중하면서 보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네이버도 지난달 26일부터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고, 카카오와 케이티(KT) 등 아이티 업계 대기업들도 발 빠르게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노트북 등에 업무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고 직원이 기기를 추가로 쓰고 싶다면 예산 범위 안에서 추가 지원하고 있다”며 “원격근무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에스케이 6개 계열사도 지난달 25일부터 필수 인력을 제외한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하게 하고 있다. 대림건설 등 다수 건설사도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고,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는 임산부 등 고위험군 임직원에 한해 재택근무를 하게 하고 있다. 경기도 판교의 한 아이티 기업 재직자는 “출퇴근할 때 지하철을 탔는데 재택근무로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고 있어 확실히 감염원 접촉이 덜하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 김아무개 매니저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하면서 기술적으로 재택근무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게 입증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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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하는 대기업과 ‘눈칫밥 무급휴가’ 중소기업

중소기업은 분위기가 딴판이다. 감염 위기를 피한다는 명분으로 되레 노동 조건이 악화한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제조 관련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아무개(31)씨는 요즘 평소보다 1시간30분 이른 아침 7시30분까지 출근한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대중교통 출퇴근 시간을 피하라는 회사 방침에 따라서다. 퇴근 시간도 1시간30분 당겨졌지만, 일하다 보면 평소처럼 퇴근할 때가 더 많다. 회사는 유증상자에 한해서만 자가격리를 실시하고 있다. 김씨는 “감염이 될 경우 회사에서 혹시 모를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 코로나19에 걸려서는 절대 안 된다는 의견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유급휴직이나 재택근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오아무개(25)씨는 “인트라넷 등 사내망이 부실해 외부에서는 업무를 볼 수 없게 되어 있어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이들을 보면 부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아이티 관련 중소기업 직원 고아무개(30)씨도 “아프면 쉬라고는 하지만 적은 인력에 한 명이 빠지면 공백이 커서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지상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양아무개(32)씨도 “이달 초 회사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무급휴가를 실시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연차 소진도 함께 하라고 해서 월급이 지난달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들 예정”이라며 “대형 항공사들은 휴가를 쓰게 해도 일부 급여를 준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러면서도 언제 회사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은 마스크 품절 사태에 대처하는 이른바 ‘마스크 복지’에도 적극적이다. 네이버는 최근 사내에 “대구·경북에 가족이 있는 경우 마스크를 회사에서 대신 보내줄 테니 신청하라”는 공지를 띄웠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쏠린 대구·경북 지역 출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 범위를 가족 단위까지 확장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본점 차원에서 대량 구매를 하려니 안 돼서 영업점에 예산을 배정해주고 자율적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영업점 직원 1인당 30장 분량의 마스크를 확보해 일정 분량씩 나눠 배포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1인 1일 1개 마스크’를 원칙으로 영업점에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 2일 전국 초·중·고 개학을 추가로 2주 연장하면서, 대기업들은 육아 지원이 필요한 노동자에 대해 가족돌봄휴가나 연차휴가 등의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특히, 임신부 직원이나 학교(유치원) 개학(개원) 연기로 자녀를 돌봐야 하는 직원 등에 대한 배려를 우선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돌봄의 부담이 일반 교사가 아니라 돌봄 교사에게 전가되고 있다. 대구 신암초등학교에서 비정규직 돌봄전담사로 일하고 있는 문수정(46)씨는 “일반 교사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긴급한 상황이니 저희에게 출근하라고 한다”며 “학교는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재택근무를 시키는 거라고 하는데 자괴감이 든다. 솔직히 비정규직이니까 아무 말도 못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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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다다른 영세사업주와 프리랜서들

특히 하루 일당으로 삶을 이어가는 프리랜서들이 체감하는 위기는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서울의 한 구민체육센터에서 필라테스 강사로 4년 가까이 일해온 정아무개(33)씨는 최근 갑자기 출근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 센터 쪽은 구청에서 내려온 지시라고 했다. 수업 하나당 일당을 받는 정씨는 센터에 따져도 봤지만 “여기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강사들은 많다. 소송을 걸고 싶으면 걸어라”라는 답을 받았다. 정씨는 “나가는 돈은 고정적인데 들어오는 돈은 없으니 적금을 깼다”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고 무한대기다. 조금이라도 지원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목욕탕에서 보증금 6천만원에 월세 200만원을 주고 세신실을 임차해 10년째 세신 일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58)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손님이 절반 이하로 뚝 줄어들면서 최근 함께 일하는 세신사에게 당분간 쉬라고 통보했다. “쉬라고 한 날 함께 소주 한잔을 했어요. 이렇게 몸 쓰는 일 하는데 한달에 최소 300만원은 벌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목욕탕에 손님이 안 오네요.”

실제 지역 노동복지센터 등에도 관련 상담이 늘고 있다. 이곳에 들어오는 상담은 재택근무나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등에 관해 묻는 내용보다는 영세사업주들의 무급휴직과 해고 관련 상담, 휴업수당 등을 모르는 취약계층의 질문 등이다. 임성규 서울 관악구 노동복지센터장은 “요즘 특히 장기근무가 보장되지 않은 직장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취약계층들의 상담전화가 늘었다. 매일 한두 건씩은 들어온다”며 “코로나19로 장사가 안되거나 그로 인해 해고를 당하는 취약계층에게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평소에도 복리후생을 갖춘 정규직 중심권 사업장과 주변부 사업장의 격차가 있지만, 코로나19처럼 재난 상황이 왔을 때 우리가 평상시에 인지하지 못하는 격차가 더 크게 드러난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이 있는 사업장에선 정규직에 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국가 차원의 지원망이 필요하다. 재난 상황에서의 휴업 급여나 영업 단절을 통해 발생하는 손실을 지원하는 제도와 재원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지현 전광준 최민영 기자, 김재섭 선임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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