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이 코로나19 환자와 의심 환자를 위해 병동 7층을 통째로 비우기로 한 가운데, 4일 오후 이 병원 7층에서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천식을 앓고 있는 16살 아들을 둔 원남숙(44)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아들은 면역력이 취약해 5살 때인 2009년 신종플루에도 감염된 적이 있다. 이후 원씨에게도 병을 옮겼고, 가래가 끓는 등 힘겨운 투병을 한 경험이 있다. “미리 약과 마스크 등을 구비해두고, 아들의 외출을 절대 금지하고 있어요. 일주일 넘게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더니 하루는 아이가 갑자기 씻고 옷을 갈아입더라고요. ‘외출도 하지 않을 거면서 왜 그러냐’ 물었더니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코로나19로 숨진 확진환자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고혈압과 당뇨병, 면역질환과 호흡기질환 등 기저질환을 가진 이들의 감염 불안이 극심해지고 있다. 고위험군 기저질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정오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5621명이고 사망자는 35명이다. 특히 사망자 대다수는 고혈압과 당뇨, 폐렴과 만성신부전증, 치매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거나 청도대남병원 등에서의 장기간 입원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자가면역질환인 1형 당뇨와 갑상선 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대학생 이아무개씨도 요즘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씨는 석달에 한 번 병원에 가야 하지만, 대리인을 통해 약을 처방받게 해준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서 다음 순번이 오면 그렇게 해볼 예정이다. 이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들은 고령의 기저질환자들이고 대다수가 자가면역으로 바이러스를 이겨내지 못해서 사망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이는 어리지만 걸리게 되면 제 면역이 절 지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병상이 모자라 확진돼도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기저질환이 있다 해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우선 치료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하진 않을지 두렵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세 차례 병원을 찾아 투석을 받아야 하는 신장병 환자들도 두려움이 크다. 이날 네이버의 신장병 환우회 카페에는 투석실 감염을 걱정하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게시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한 회원은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밀집 대형으로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닭장 같은 투석실은 문제다. 늦었지만 개별 투석실이나 집에서 투석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석 7년차 환자 가족이라는 회원은 “투석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하냐. 살얼음을 걷는 마음에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기저질환자들은 특히 코로나19의 전파 속도와 신천지 예수교회 등으로 정보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점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천식을 앓고 있는 김이슬(32)씨는 “코로나19 확산이나 신천지에 보도가 집중되어 있는데 최소한 지금 시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지금까지 밝혀진 코로나19에 대한 의학적 정보와 특히 조심해야 할 기저질환 같은 분명한 정보가 전달돼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교수는 “기저질환자들은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도 원래 가지고 있던 지병으로 인한 증상이라고 착각해 감염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며 “기저질환자들이나 노인 등 취약층이 외부에 나올 필요가 없도록 마스크를 먼저 지급하고 긴급 생활지원을 한 뒤 우선 검진과 병상 우선 배정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 게 현재로썬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에서 기저질환자를 포함한 고위험군 우선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실행이 안 돼서 문제”라며 “기저질환자와 고령자들부터 국가지정 음압유지격리 병상과 감염병 전문병원에 최우선으로 입원을 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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