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컵밥거리가 한산하다. 코로나19로 국가공무원 시험 등이 속속 연기되고 학원들이 휴업에 들어가자 컵밥거리의 28개 점포 가운데 절반도 안 되는 12곳만 문을 열어 영업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19로 국가공무원 시험 등이 속속 연기되는 가운데, 보름 가까이 남은 국가자격증 필기시험 일정 변경 공지가 아직 없어 수험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격증 시험을 주관하는 일부 사단법인에선 일정 연기 없이 시험을 강행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8일 국가자격증 필기시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큐넷 누리집을 보면, 앞서 6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올린 공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공지에는 “코로나19 감염증의 추가 확산 방지 및 수험자 안전을 위해 시험 시행 여부에 대해 정부와 검토 중에 있으며 다음주 초에 시행 여부를 결정해 수험자분들께 안내드릴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이달 22일 예정된 국가자격증 필기시험은 건축기사, 교통기사, 전기기사 등 128개 종목 자격시험의 1차 관문이다. 전국 시험장 323곳에서 33여만명이 시험을 치를 정도로 규모가 큰 만큼 시험 일정에 따른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 28일 예정된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 연기가 3일 결정된 것 등에 견줘 늦은 모양새다.
국가자격증 시험 정보를 공유하는 회원 6만명의 한 카페에는 “4월에 시험 보는 경찰 시험이 연기됐는데, 기사 시험 연기가 왜 아직까지 결정 안 나는지 모르겠다”(syg***), “적어도 공지는 빨리 띄워서 대비는 하게 해야 할 것 아니냐”(util****) 등의 불만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현재 직장인으로 보이는 한 회원은 “교대 근무자여서 22일날 휴가 쓰고 시험 보러 가려고 대근자도 다 구해놓은 상황이었는데 대응이 기민하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시험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시험 규모도 크고 이후 실기시험 일정과도 연계돼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격시험을 운영하는 일부 사단법인들이 시험을 강행하는 데 대한 우려도 크다. 한국애견연맹은 지난달 13일 공지를 통해 제86회 애견미용사 자격검정을 이달 6일, 9일, 10일 기간 중 편성된 계획에 맞춰 각 학교 및 학원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험은 학원 40~50곳에서 진행되며 적게는 2~3명, 많게는 40명가량의 응시생이 한 장소에 모이게 된다. 한 관계자는 “실기시험이다 보니 다수 수험생이 좁은 공간에서 실습견을 목욕시키는 등 대인 접촉이 불가피하다”며 “확진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왜 실기시험을 강행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한국애견연맹 관계자는 “일부 회원의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시험을 계속 준비한 사람들이 있어 진행하게 됐다.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꼭 원하는 학원이나 인원만 보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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