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외주업체에서 근무하는 ㄱ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무급휴가를 권유받았다.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형 항공사들이 하루에 비행기를 3~4대밖에 못 띄운다”며 직원들에게 무급휴가서 작성을 강요했다.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직이므로 근로기준법 46조에 따라 회사는 평균임금의 70% 수준인 휴직급여를 줘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갑질’에 나선 것이다. 이 업체는 직원들에게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다시 복직시켜주겠다”며 권고사직을 종용하기까지 했다.
ㄱ씨만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속 ‘직장 갑질’도 더불어 확산되고 있다. 공인노무사·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노동자 인권보호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 1~7일 이메일과 메신저로 제보된 직장갑질 사례 773건을 분석해보니 3분의 1에 해당하는 247건(32%)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사례였다고 8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무급휴가 강요’가 109건(44.1%)으로 가장 많았고, 불이익(23.1%), 연차 강요(14.2%), 임금 삭감(10.1%)이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사쪽이 연차 강요→무급휴직→사직 종용 순으로 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없다면 노동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줘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지만, 회사는 코로나19를 무기 삼아 불법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크다. 학원강사로 일하는 ㄴ씨는 교육부에서 학원에 휴원 권고를 내려 무급휴가 중이다. ㄴ씨는 직장갑질119 제보에서 “원장 선생님은 (다른) 학원강사들 전부 다 무급휴가로 쉬고 있다는데 맞는 말인가. 계속해서 무급휴가로 쉬게 되면 정말 힘든데 너무 답답하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직장갑질119는 “수입이 감소한 근로자는 정부에 생활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있으나 수혜 인원이 최대 1천명에 불과하고 예산이 적다”며 “특수고용 종사자는 고용보험법 적용 대상자가 아니나 코로나19 상황에서 비자발적 휴업과 실업을 경험하는 만큼 고용유지지원금과 같은 수준의 긴급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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