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거리두기 쉽잖은 콜센터·요양원, 취약층 방역체계 장기전 대비를”

등록 2020-03-12 20:45수정 2020-03-13 02:10

전문가들, ‘방역 사각지대’ 대책 지적

콜센터 등 밀집도 개선 지원책 필요
재택근무 어려울 땐 유급휴가 대안

요양시설 집단감염은 구조적 요인
간병인엔 마스크조차 지급 안돼
서울 구로 콜센터의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책상마다 가림막을 설치하는 콜센터가 늘고 있다. 사진은 가림막이 설치된 경기 수원시 휴먼콜센터. 연합뉴스
서울 구로 콜센터의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책상마다 가림막을 설치하는 콜센터가 늘고 있다. 사진은 가림막이 설치된 경기 수원시 휴먼콜센터.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장기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감염 관리가 취약한 환경에서 일하거나 계속 머무를 수밖에 없는 취약층을 중심으로 방역활동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은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의심증상이 있어도 ‘잠시 멈춤’이 어렵다.

최근 서울·대구 콜센터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 이상 나오면서, 감염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방역당국이 거듭 강조해온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어려운 이들의 근무환경 영향도 크다. 온종일 밀집된 공간에 앉아 전화 상담을 하는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이 집단감염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콜센터 노동자들처럼 방역당국의 지침을 실행하기 어려운 취약층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불가능한 영역은 경제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일터”라며 “개인의 자발성이 아닌 사회구조적으로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역당국이 콜센터·노래방 등 감염에 취약한 사업장에 대해 감염 관리와 대응 체계를 갖추도록 하고 있지만, 직원 증상 관리나 근무환경 개선에 나설 여력이 되지 않는 곳들에 대해선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도 “정부가 고위험 사업장을 점검하고, (밀집도를 줄이기 위한) 근무 형태 전환이나 환경 개선이 불가능한 취약 사업장 노동자에 대해선 유급휴가 등의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실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일하고 숙식을 해결하는 환경도 감염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요양병원과 노인요양시설 집단감염은 이미 예견된 결과나 다름없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감염 관리가 취약해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채, 중국 등 여행력이 있는 종사자 업무 배제, 면회객 제한, 원인 불명 폐렴 환자 발생 여부 등에 대한 전수조사만 반복하는 상황이다.

최근 요양병원 여러곳을 돌아본 이훈재 인하대 의대 교수(사회의학)는 “병원에 필요한 의미 있는 방역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상가 건물에 요양병원이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인력이 부족해 출입문 차단도 쉽지 않고,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간병인은 의료진이 아니어서 공적 마스크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마스크를 쓰지 못한 만성질환 노인 환자도 있어, 요양병원 환자와 종사자 모두 감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전문가들을 보내 위생수칙 및 주의사항을 교육한다거나, 의심증상이 있는 종사자가 쉴 수 있도록 하는 등 감염 관리를 위한 인력과 자원, 서비스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요양보호사협회와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이 이달 4~9일 전국의 요양보호사·장애인활동지원사 21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2%가 어르신이나 장애인의 집을 방문할 때 마스크와 소독제를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취약층에 대한 지원책 없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온전하게 실현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박현정 박수지 기자 sara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법원,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이태원 참사에 미친 영향 인정 1.

법원,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이태원 참사에 미친 영향 인정

21세기 안에 60억명이 죽는다는 ‘멸종설’ 사실일까? 2.

21세기 안에 60억명이 죽는다는 ‘멸종설’ 사실일까?

시민단체 “군사대결 정당화 선전 행사”…국군의 날 시가행진 비판 3.

시민단체 “군사대결 정당화 선전 행사”…국군의 날 시가행진 비판

9월 모평 만점자 6월의 10배…“널뛰는 난이도에 수험생 혼란” 4.

9월 모평 만점자 6월의 10배…“널뛰는 난이도에 수험생 혼란”

영국 잡지가 꼽은 “서울의 브루클린”…‘세계 가장 멋진 동네’ 4위 어디? 5.

영국 잡지가 꼽은 “서울의 브루클린”…‘세계 가장 멋진 동네’ 4위 어디?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