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109명 확진자 나온 구로 콜센터
심한 기침 없었는데 직원 40% 감염
코로나19 강력 전파력 증명 사례
확진자 7979명 중 80%가 집단감염
요양병원·요양원 등 취약시설 위험
정부 전수 점검 등 대책 쏟아내지만
간병인·물리치료사 마스크 미착용
간병인 자주 바뀌고 과거 활동 몰라
증상 나타나도 진단 절차 까다로워
“지원 없고 보고·점검 부담만 늘어”
“요양병원, 지역사회 대유행 온상 되나”
109명 확진자 나온 구로 콜센터
심한 기침 없었는데 직원 40% 감염
코로나19 강력 전파력 증명 사례
확진자 7979명 중 80%가 집단감염
요양병원·요양원 등 취약시설 위험
정부 전수 점검 등 대책 쏟아내지만
간병인·물리치료사 마스크 미착용
간병인 자주 바뀌고 과거 활동 몰라
증상 나타나도 진단 절차 까다로워
“지원 없고 보고·점검 부담만 늘어”
“요양병원, 지역사회 대유행 온상 되나”

정부는 요양병원 등의 집단감염을 크게 우려하며 외부인 출입 통제, 마스크 착용 등 예방수칙 준수, 발열·호흡기 증상 모니터링, 코로나19 진단검사 등을 방역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훈재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사회의학)가 최근 여러 곳의 요양병원을 방문해 상황을 관찰한 결과, 현장의 모습은 이러한 대책과는 간극이 컸다.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사진 연합뉴스
▶ 화약고의 뇌관 하나가 터졌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13일 현재 10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파악됐다. 한층에서 일하는 직원 절반 가까이 감염된 것이다. 살얼음판처럼 집단감염의 위험에 노출된 곳은 요양병원, 요양원 같은 취약시설이다. 정부는 방역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선 마스크조차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고, 코로나19 진단검사도 소극적이었다. 최근 요양병원 여러 곳을 방문하고 의료진 등을 인터뷰한 이훈재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사회의학)가 실태를 전해왔다.
미국 공포로 몰아넣은 요양시설 집단 사망 화약고의 뇌관 하나가 터진 것이 바로 서울 구로구 콜센터였다. 이곳 집단감염 확진자는 13일 0시 현재 서울 74명 등 인천시와 경기도를 포함해 109명으로 파악됐다. 인천시 민간역학조사관으로서 필자는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9일 초기 역학조사에 참여했다. 가벼운 증상으로 확진된 환자들을 인터뷰해보니 과밀 공간에서 200여명의 직원이 고객전화에 응대하고 있었지만, 일과시간 중 직원들 간 대화나 교류는 많지 않았다고 했다. 신경이 쓰일 만큼 기침을 하던 동료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층에 근무하는 직원들 절반 가까이 감염된 것이니 코로나19의 전파력만큼은 놀랍기 그지없다. 이 병이 주로 비말(침방울)로 전파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특정한 조건에서는 공기 전파 방식과 흡사한 대규모 확산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일본 크루즈 집단감염이 대표적인 근거였고, 이번 구로구 콜센터 사건도 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신천지 집단감염 이상의 역학적 의미가 있다. 확진환자들의 발병일, 직원 근무 좌석 배치표, 팀별 점심식사와 휴게시간, 건물 공기 순환 시스템 등을 면밀히 검토해 이번 집단감염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노원구 9번 환자’로 불리는 구로구 콜센터 첫 확진자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구로구 콜센터 집단발병의 시초 환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노원구 9번 환자’가 휴일에 적극적으로 선별진료소를 찾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충분히 대비하지 않은 취약시설에서 결국은 문제가 생긴다는 교훈을 준 사건이다. 구로구 콜센터가 수도권 슈퍼전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지만 필자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취약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본다. 이곳에서의 집단감염은 규모도 클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치명적인 피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전국에서 발생한 7979명의 환자 중 80%가량이 집단감염 발생 사례다. 그중 신천지(4780명)와 경북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 사례(121명)를 제외하면 요양원 등 의료복지시설이 10곳으로 가장 많다. 정부에서도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의 집단감염을 크게 우려하며, 지난 7일에는 전국 1435곳의 요양병원에 대한 전수 점검을 한다고 했다. 앞서 전국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중국 등 여행자 업무 배제, 면회객 제한, 원인불명 폐렴 환자 조사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런 정부 대책이 나왔지만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열악한 방역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던 중 최근 워싱턴주의 한 장기요양시설에서 노인 환자 23명이 숨지면서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이 시설은 의료진이 만성질환 치료와 전문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재활요양원인데, 우리나라의 요양병원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사망한 38명 중 이곳에서만 23명이 나온 것이니 미국 사회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지 가히 짐작된다. 며칠 전 캐나다의 첫 사망자 역시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한 장기요양시설에 입원한 80대 노인이었다. ________________
“부족한 마스크 점검받느라 아껴둬 답답” 국내외 요양병원과 요양원 집단감염 사건들이 보여주듯 이곳은 코로나19에 의하여 예기치 않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취약 지역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젊고 건강한 강한 숙주와는 공존하려 하지만,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면역력이 약한 숙주를 제물로 삼는 근성이 있는 탓이다. 13일 국내 발생 코로나19 환자 7979명 중 30살 미만은 전체의 34.8%인 2772명이며, 다행히 이들 중에서는 단 한명도 사망하지 않았다. 30~59살은 전체의 43.4%인 3463명이며, 그중 8명이 사망했다. 반면 전체 환자의 21.8%, 1744명인 60살 이상 환자 가운데 무려 64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에 걸린 70대 고령 노인의 치명률은 5.3%이며, 80살 이상에서는 9.0%에 이른다. 또한 사망자들의 80%가량은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었다. 필자는 최근 여러 곳의 요양병원을 방문해 현장 상황을 관찰하고 의료진과 직원을 만나 인터뷰했다. 오랜 기간 요양병원 정책연구를 해온 전문가에게 조언도 구했다. 의료인이 상주하지 않는 요양원이 요양병원보다 방역에 더 큰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선은 정부 대책이 집중되는 요양병원의 현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요양병원 방역조치는 △병원 종사자와 환자들의 철저한 예방수칙 준수 △외부인 출입 통제와 입원환자 외출 금지 △발열·호흡기 증상 모니터링 △유증상자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 실시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보건소에서는 요양병원 상황을 매일 보고받고, 건강보험공단에서는 현장점검을 두차례 했다. 얼핏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방역대책이 수립되고 분주히 실행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하나씩 들여다보니 현장의 현실은 대책과 간극이 컸다. 첫번째 방문한 곳은 경기도에 있는 150병상 규모의 중소형 요양병원이다. 이곳 병원장은 환자 인권에 대한 관심과 요양병원 서비스 개선 의지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현장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솔직한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주차장에서 연결된 병원 후문은 안내문이 부착돼 잠겨 있었다. 대로변의 주 출입문 안쪽에는 체온계와 출입기록부가 놓인 테이블이 준비돼 있었다. 마침 통제하는 직원은 없었으나, 때가 때이니만큼 필자는 접수창구 직원을 불러 체온 측정을 요청하고 출입자 인적사항을 기록했다. 병원장을 기다리던 상담실 맞은편의 재활치료실에는 대충 세어봐도 열다섯명 정도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거나 순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셋 중 한명꼴로 환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나름 기대하고 방문한 병원에서조차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한 환자들을 만나니 적지 않게 놀랐다. 병원장은 “시장에게도 이야기했고, 이미 2월 초에 방역당국에 전화해 마스크 구매를 할 수가 없으니 공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함을 하소연하고 따져보기도 했는데 소용없었다”며 “어제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점검을 나온다고 해서 아껴둔 마스크를 직원들에게 착용시켰다. 그나마 부족한 마스크를 점검받느라 아껴두어야 하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구로구의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가운데 콜센터가 입주한 코리아빌딩 앞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지난 10일 입주자와 지역주민들이 코로나19 검진을 받으려고 줄지어 서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간병인, 공적 마스크 공급 배제돼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손 씻기가 코로나19 예방수칙으로 가장 중요하고, 마스크는 제대로 쓰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 평상시에는 착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노인과 만성질환자를 수발할 때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하물며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나 이들을 종일 돌보아야 하는 직원들이라면 마스크는 권고 수준이 아니라 의무화할 필요도 있다. 이들은 동일한 공간에서 환자들 간의 접촉도 많고, 물리치료사 한명이 매일 수십명의 환자를 주무르며 치료하기도 한다. 병실에서는 한 간병인이 여러명의 환자를 동시에 돌보고 있으니 집단감염이 일어나기에 딱 좋은 조건이다. 만성질환자와 고령자가 많아 감염되면 순식간에 중한 상태로 악화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요양병원 입원환자에게 마스크는 생명을 지키는 안전벨트나 다름없다. 또한 물리치료사와 간병인 등도 슈퍼전파자가 되지 않으려면 필수적으로 KF80 등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미국 워싱턴주 장기요양시설의 집단사망도 직원들이 적절한 보호구 착용을 하지 않은 것이 사건의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그런데도 마스크 대란과 요양병원 수가체계 탓에 대부분의 요양병원에서는 환자와 간병인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필자가 조사한 요양병원 중에서 딱 한곳만이 일반 의료용 마스크를 간병인에게만 하루 한장씩 제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에서도 보호자가 마스크를 챙겨 보내지 못하는 환자는 마스크 없이 요양병원에서 지내야 하고, 환자 여러명의 가래 배출을 돕고 있는 간병인은 의료용 마스크 한장으로 종일을 버티고 있었다. 최근 정부에서는 의료기관용 공적 마스크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이제 겨우 신청을 접수하는 단계인데, 정작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꼭 필요한 요양병원 간병인들은 신청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피해 최소화가 최고의 당면과제인데 정부의 공적 마스크 공급 방침은 필자로서는 이해하기가 참 어렵다. 공적 마스크 공급의 목적이 의료인의 건강 보호만은 아닐 것이다. 의료기관에는 특별히 보호해야 할 고위험군이 있고, 이곳에서의 집단감염이 지역사회 확산의 슈퍼전파로 이어질 수 있어 마스크를 우선 공급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그렇다면 의료인 면허가 있거나 병원 소속이 아니더라도 간병인에게는 공적 마스크를 공급해야 한다. 자격증이 아니라 활동 공간과 내용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 게 당연하다. ______________
까다로운 진단검사 절차에 신청 저조 요양병원 출입자 통제의 실효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요양병원은 종합병원과 달리 인력 운용의 유연함이 부족하다 보니 출입자 상시 통제를 위한 직원 배치가 쉽지 않고, 시설 특성상 곁가지 출입 통로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둘러본 한 요양병원의 경우 상가건물의 일부 구역에서 운영되는 터라 건물 구조 특성상 엘리베이터와 출입 통로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설사 보호자 면회는 통제할 수 있다고 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요양병원에 유입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두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양병원은 신규 입원환자를 계속 받아들이고 환자 수에 거의 버금가는 종사자들이 날마다 출퇴근한다. 영세한 외주업체로부터 파견받고 있는 간병인은 수시로 바뀌고 요양병원으로서는 신규 간병인의 과거 활동에 관한 정보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례로 최근 방역당국에서는 전국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신천지 신도 136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요양병원에서는 이런 정보를 사전에 확인해볼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필자가 만난 요양병원 병원장들은 “새로 근무를 시작한 간병인이 최근 위험지역을 다녀왔는지, 최근 근무한 의료기관에서 별문제가 없었는지를 파견업체 관계자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한결같이 우려했다. 무엇보다 요양병원 입원환자와 종사자의 발열·호흡기 증상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대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필자가 이름을 밝히지 않기로 하고 확인한 세곳의 요양병원 모두 지금까지 입원환자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진행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요양원과 같은 시설의 입소 노인은 간혹 직원의 도움을 받아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기도 하지만, 요양병원 환자는 거동이 불편해 선별진료소를 이용하기 매우 어렵다. 특히 중증 와상환자는 선별진료소에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동형 검체채취팀을 운영한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이 팀이 활동하는 흔적을 쫓을 수가 없었다. 역학조사서와 동일한 양식을 채워 신청해야 하고, 이렇게 공들여 신청한다고 해도 현장에 나와줄지 불확실하다고 하니 요양병원들이 아예 신청해볼 마음을 접는 것이다.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에게 발열·호흡기 증상은 비교적 흔한 편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이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경미하다고 해도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는 신규 입원환자를 받아야 하거나, 기존 입원환자 중에서 새롭게 증상이 나타난다면 신속히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을 방역당국이 지원해주고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었다. 보건소에서는 발열·호흡기 유증상자 현황을 매일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요양병원에서 실제 입원환자의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신청하지도 않고, 이동형 검체채취팀의 실적도 부진할 터인데 방역당국에서는 그 원인을 따져보지 않는 것 같다. 한 요양병원 병원장은 “열이 나는 환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뢰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따지는 게 많다. 정작 필요한 지원은 없고 온갖 보고와 점검에 부담만 더 늘어난 형편이다. 그동안 요양병원에 대해 규제는 우선순위, 지원은 뒷전인 경험을 해온 터라 뭔가를 해주겠다는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수도권 요양병원의 병원장은 “우리 병원이 환자만 200명인데 아직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해본 적도 없다. 요양병원이 할 수 있는 방역이란 게 사실 별로 없다. 요양병원이 슈퍼전파지가 돼 지역사회 대유행 온상이 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필자가 접촉한 다른 요양병원들의 상황이나 의료진의 이야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보건소 모니터링도 문제이지만 반복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현장점검 또한 형식에 그치는 듯하다. 어느 요양병원처럼 부족한 마스크를 아꼈다가 현장점검 시간에 맞추어 직원들에게 착용하게 하는 수준으로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면, 이런 점검은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형식적 모니터링과 현장점검은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요양병원 자체 방역 역량을 분산시키고, 보여주기식 보호구 착용을 유도하고 있으니 오히려 방역에 방해만 될 뿐이다. 필자가 확인할 수 있었던 방역당국의 실질적 지원은 관할 보건소로부터 의료용 마스크 200장을 받았다고 한 요양병원의 사례가 유일했다. 한 병원장은 “발생 규모가 크냐 작냐의 문제이지 분명히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1일 오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을 통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러스는 허술한 방역 틈 파고든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표현이 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유행어처럼 사용된다. 그런데 방역에서의 과잉대응이란 것이 의지와 각오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필요한 물품과 인력이 풍부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결핍되지는 않아야 해볼 수 있는 것이 과잉대응이다. 현재 요양병원은 코로나19에 대한 적정대응의 조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요양원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사실상 지역사회 확산 단계로 넘어간 만큼 이제부터는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역조치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중에서도 고령의 노인과 만성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 보호가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일 관계장관 방역대책 상황보고를 받으며 “요양병원, 요양원 등 밀집공간의 소규모 집단감염 우려가 있는 만큼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진단검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버텼지만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들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된다면 구로구 콜센터와는 또 다른 차원의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급한 대로 방역 물품이라도 우선 공급해야 하며, 발열·호흡기 증상자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 지원체계를 확실하게 가동해야 한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에도 지금의 문제들이 유사하게 거론됐다. 바이러스는 허술한 방역 틈을 비집고 들어와 결국 집단감염을 유발한다는 교훈도 새롭지 않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인구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하염없이 방역의 사각지대에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단은 코로나19 위기상황을 잘 극복한 뒤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감염관리, 그리고 간병서비스 제공 체계 등을 단단히 정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훈재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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