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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코로나19에 대구로 달려간 ‘노동자들의 의사’ 백도명 교수

등록 2020-03-15 14:48수정 2020-03-15 20:51

삼성 반도체 백혈병·가습기 살균제 문제 앞장 서 고발
“보건학의 원칙 감염현장에서 확인하고 싶다”
지난 8일 대구 달서구에 있는 선별진료소에서 의료 봉사에 참여한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오른쪽).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제공.
지난 8일 대구 달서구에 있는 선별진료소에서 의료 봉사에 참여한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오른쪽).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제공.

“워낙 크게 코로나19가 확산하니 저라도 가야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년 퇴임을 앞둔 노교수가 멋쩍은 듯 말했다. 석면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 등 노동과 환경·보건 분야에서 항상 앞장서 문제 제기를 해온 백도명(64)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다. 백 교수는 지난달 말 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대경인의협)가 대구 코로나19 진료봉사에 자원할 의료진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리자마자 참여 의사를 밝혔고, 지난 8일 대구에 있는 선별진료소에서 의료 봉사를 했다.

백 교수가 봉사에 참여한 선별진료소는 대경인의협 의사들이 정부의 허가를 받고 직접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 2일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진료소 운영을 맡은 김동은 대경인의협 기획국장은 “감염 우려로 아무도 대구에 오지 않으려 할 때 늘 어려운 사람을 대변해주신 원로 교수님이 직접 대구에 오시겠다고 해서 놀랐다”며 “두려움 가득한 표정으로 검사 받으러 온 시민들을 문진하고 따뜻하게 위로하시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노동자들의 의사’라고 불린다. 2009년 삼성전자 쪽 의뢰로 공장 내 역학조사를 거쳐 ‘반도체 사업장 내 화학물질 노출평가 자문 보고서’를 작성한 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에 대해 “업무 관련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2012년에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손을 놓고 있을 때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환경보건학회 소속 학자들과 함께 피해 조사에 나서 6개월 동안 피해 사례 95건을 모아 발표했다. 이런 노력 끝에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백 교수는 진료봉사 현장에서 보건학자로서 감염현장 연구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가 발생, 확산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관리되는지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위험을 인식하고 관리 대안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보건학인데 보건학의 원칙에서 봤을 때 어떠한 점들이 미비한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백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역작용으로 취약계층의 소외를 우려하며 ‘사회적 관계맺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백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율적으로 작용하려면 타인의 건강을 배려하고 자신의 역할을 따르겠다는 배려와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 서로가 일정한 역할을 기대하고 그에 따라 상대도 같이 행동해 줄 것이라는, 사회적 관계맺기가 거리두기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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