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무급휴직 동의서를 쓰지 마세요. 강요로 쓰게 된다면 증거를 남기세요.
② 휴가원(휴가계) 내지 마세요. 연차휴가를 강요하면 증거를 남기세요.
③ 사직서 쓰지 마세요. 실업급여 못 받아요. 부당해고 구제신청하세요.
④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하세요.
⑤ 노동조합, 직장갑질119 온라인모임을 찾아보세요.
코로나19 사태로 무급휴직 등 직장 내 갑질을 겪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공인노무사·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노동자 인권보호단체 ‘직장갑질119’가 16일 ‘코로나 갑질 긴급 예방 수칙’을 내놨다. 직장갑질119는 8~14일 일주일동안 들어온 전자우편과 카카오톡 제보를 분석하니 911건 중 코로나19 관련 갑질 제보가 376건으로 41.3%를 차지했다며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이 몰아치는데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과 ‘생활안정자금’이라는 비닐우산을 나눠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직장갑질119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3월 둘째주 코로나19 관련 갑질 제보는 전주에 견줘 1.5배 늘었다.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면, 해고나 권고사직 관련 제보가 21건에서 55건으로 2.6배 늘어 가장 많았다. 제보자 가운데 항공사 외주업체에서 근무하는 ㄴ씨는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서와 무급휴가 신청서를 받았다.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형 항공사들도 하루에 비행기를 3~4대밖에 못 띄운다”며 무급휴가를 권유하고 “직원 절반을 권고사직해 사태가 진정되면 여건이 되는대로 복직을 시켜주겠다”고 말했다. ㄴ씨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고 싶었지만, 상시로 인력이 조정되는 파견업체 특성상 ‘고용유지조치 종료일부터 한 달 동안 감원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다.
연차 소진을 강요하는 경우는 1.6배 늘었고 무급휴가를 강요한 사업주도 109건에서 166건으로 1.5배 늘었다. 웨딩홀에서 근무하고 있는 ㄱ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10일간 무급휴가를 통보받았다. 회사는 “코로나 여파로 매출이 급감했다”며 직원들에게 무급휴가 동의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ㄱ씨는 직장갑질119 제보에서 “부서원이 모두 모여서 지켜보는 상황에서 동의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아무도 거절할 수 없었다”며 “회사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호소한다는 완곡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썼지만, 동의서 서명 여부와는 관계없이 무급휴가를 강행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직장갑질119는 “코로나19 감염의 위험보다 생계의 위기가 더 시급한 노동자들에게 정부의 손길은 다가가지 않고 있다. 땜질식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며 △특수고용직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특별고용지원업종 확대 △인력파견업 무급휴직 대량해고 특별근로감독 △고용유지지원금 소급 지원 등의 제도적 대책을 제안했다.
또 직장갑질 119는 “근로기준법상 코로나19를 이유로 무급휴가 동의서를 강요하는 건 위법이고, 코로나19로 해고를 당했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며 노동자를 위한 예방 수칙도 구체적으로 내놨다. 특히 최근 일상화된 무급휴직의 경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할 땐 평균 임금의 70% 이상의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하며 예외적으로 매출이 급감하는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경우에도 ‘노사합의’를 통해 무급휴직을 실시할 수 있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무급휴직 동의서를 썼다면 “지금이라도 무급휴직 동의를 철회하고 근로를 제공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이 단체는 제안했다. 아울러 사업장 경영 상황, 무급휴직 동의서 작성 경위, 노조와의 합의 여부 등에 대한 증거를 정리해둬야 한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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