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한겨레〉 보고 달려갔죠” 아동센터 휴원에 배곯는 아이 돕는 사람들

등록 2020-03-17 13:55수정 2020-03-17 20:45

에이팟코리아, 대구 6개구 64개 센터서
취약층 아이 1611명 도시락 지원
센터 주위 골목식당에 ‘선입금’
도시락 공급 상인들도 “숨통 트여”
“개학 전까지 지속할 예정
학습지 지원도 고려 중”
대구 수성구에 있는 황금지역아동센터 생활복지사들이 취약계층 아이에게 지급되는 도시락을 들고 웃고 있다. 에이팟코리아 제공
대구 수성구에 있는 황금지역아동센터 생활복지사들이 취약계층 아이에게 지급되는 도시락을 들고 웃고 있다. 에이팟코리아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 지역아동센터가 일제히 휴원하면서 취약계층 아이들이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겨레> 보도(▶관련 기사 : 대구 지역아동센터 일제 휴원...배곯는 아이들 감염도 무방비)로 알려진 가운데, 재난구호 전문 비영리단체가 지역 골목식당과 연계해 이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태평양재난관리한국협회 ‘에이팟코리아’는 지난 9일부터 대구 수성구에 있는 13개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취약계층 아이 200여명에게 도시락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는 지역을 확장해 대구의 6개 구 64개 센터에서 취약계층 아이 1611명으로 지원 대상을 늘렸다.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층이나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 방과 후 돌봄 공백 시간에 찾아와 밥도 먹고 공부도 하는 곳인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구의 위기 아동 5161명이 이용하는 199개 지역아동센터는 현재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다.

에이팟코리아는 지역아동센터 주변에 있는 골목식당 31곳과 연계해 고기 반찬을 포함한 5~6찬이 담긴 도시락을 만든 뒤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끼니를 챙기고 있다. 사업에 드는 비용은 아이쿱생협 재난대응위원회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등을 통해 지원받는다. 에이팟코리아 이동환 코디네이터는 “지난 2일 <한겨레> 기사를 보고 대구 지역아동센터가 휴원해 취약계층 아이들이 밥을 제대로 못 챙겨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도 살려야 하기 때문에 현금을 주기보다는 주변 골목식당과 연계하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 쪽에선 아이들의 끼니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관련한 건강 상태도 같이 점검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이다. 지역아동센터가 휴원하면서 전화로만 아이들을 돌봤어야 했는데, 아이들이 도시락을 받으러 올 때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을 같이 챙겨줄 수 있다. 박윤정 대구 황금지역아동센터 생활복지사는 “소속 센터 내 한부모가정 비율만 80%다. 아동센터 휴원으로 끼니 걱정을 하는 부모님이 많았는데 적어도 한끼는 걱정할 필요 없게 됐다”며 “일용직으로 일하는 부모님들 생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이 끊겼는데 도시락 양이 넉넉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배불리 먹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도시락을 지원받는 최아무개(10)양은 “평소에 잘 못 먹었는데 좋고 맛있는 걸 많이 먹어서 좋다. 어머니도 일하느라 바쁜데 밥을 덜 신경써도 되니까 좋다고 한다”며 “가장 맛있는 반찬은 떡볶이”라고 말했다.

‘마마도시락’ 김옥자 사장이 취악계층 아이들에게 전달될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에이팟코리아 제공
‘마마도시락’ 김옥자 사장이 취악계층 아이들에게 전달될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다. 에이팟코리아 제공

코로나19로 손님이 줄어 매출에 비상이 걸린 대구의 골목식당들도 숨통이 트인다는 반응이다. 에이팟코리아가 도시락 비용을 매주 선입금하는 방식으로 지불하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에서 한정식집 ‘환희정’을 운영하며 매일 도시락 50개를 준비하는 류동열 사장은 “원래 손님들이 줄 서는 집이었는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하루에 세 팀만 올 정도로 장사가 안 되고 있다”며 “도시락 사업 때문에 숨통이 트인다. 돈을 떠나서 자식들 먹이듯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돼 가게를 내놓을까 고민했던 ‘마마도시락’ 김옥자 사장도 매일 도시락을 90개 넘게 준비한다. 김 사장은 “9일부터 도시락을 싼 뒤로 단 한 번도 같은 반찬을 내놓은 적이 없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새벽밥을 하고 있지만 피곤하지 않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에게는 양을 더 듬뿍 주면서 나누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도 대구 내 식당들과 함께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부스러기사랑나눔회도 대구 지역아동센터에 먹거리와 마스크, 손소독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동환 코디네이터는 “적어도 개학 전까지는 도시락 지원 사업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나중에는 아이들의 참고서 구입 비용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