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씨가 탄 차량이 25일 오 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조씨를 송치하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자, 시민들이 조씨의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의 성착취물을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해당 대화방에 참여한 회원들의 닉네임 1만5천개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24)씨로부터 확보한 디지털 증거 자료 등을 바탕으로 성 착취에 가담한 공범을 쫓으며 회원들의 인적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30일 “박사방과 관련해 여러 자료를 수집한 결과, 현재까지 확보한 (대화방 참여자) 닉네임 개수는 중복을 제외하면 1만5천건”이라고 밝혔다. 박사방 참여자의 전체 규모에 대해서는 “수사 진행 단계에 따라 차이가 있어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유료 회원 뿐 아니라 관련된 그룹 참여자를 모두 합친 숫자”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사방은 수백개가 운영된 텔레그램 성착취 엔번방 가운데 하나로, 이 방에 참여하려면 최대 200만원의 입장료를 암호화폐 등으로 내야 한다. 엔번방 전체 회원은 26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박사방’ 관련 수사를 하며 대화방에 참여했던 닉네임 정보를 하나씩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를 갖고 개별 인적사항을 특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 외에 성착취물이 공유된) 또 다른 대화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범죄 사실이 특정되는 대로 입건 등 수사 절차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박사방 운영자인 조씨의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9대 등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휴대전화 중 7대는 명의가 이미 해지됐거나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였다. 나머지 2대 중 1대는 조씨가 소지하고 있었으며, 다른 1대는 집안 내 소파 쪽에 숨겨둔 것을 찾아낸 것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증거 약 20여점을 압수했고 이 가운데 휴대전화 7대는 분석을 완료했다”며 “나머지 2대는 진행 중인데 (잠금 상태가) 풀리면 유의미한 자료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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