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페미니스트 연대체 ‘유니브페미'와 대학 여성주의 소모임 등이 모인 ‘마녀행진 기획단'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에브리타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n번방 2차 가해·여성혐오성 게시물에 대한 윤리규정 및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에브리타임은 400여개 대학 캠퍼스의 440만여 가입자를 보유한 대학생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엔(n)번방 방지법은 남성 억압법”, “걸리는 사람이 한심한 듯”, “피해자에게 지원금 지급된다고? 개꿀(매우 이득)이네”.
전국 대학 캠퍼스 400여곳의 440만여명이 가입한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엔번방’ 등을 검색하면 쉽게 눈에 띄는 글이다. 에브리타임 본사의 방조 속에 엔번방 회원들을 옹호하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2차 가해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오자, 이런 온라인 플랫폼들이 좀 더 책임 있게 자정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니브페미’를 비롯한 대학 내 여성단체들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에브리타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엔번방 사건 등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혐오성 게시물에 대한 윤리규정을 마련하고 이런 게시물의 신고·삭제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에브리타임에 요구했다. 에브리타임에선 일정한 횟수 이상 신고가 접수되면 내용과 상관없이 게시물이 자동으로 삭제되는데, 엔번방 가해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글을 쓰면 신고가 다수 접수돼 글이 지워지지만, 피해자를 인신공격하는 글은 버젓이 남아 있기 일쑤다. 이런 운영 체제에선 다수 이용자의 성향에 따라 게시물 존속 여부가 결정되는데 에브리타임 이용자 대다수가 남성이다 보니 처벌 촉구 글은 삭제되고 피해자 공격 글은 남게 됐을 거라는 게 단체들의 설명이다.
노서영 유니브페미 대표는 “에브리타임은 국내 1위 대학 커뮤니티임을 광고하면서도 커뮤니티 내부의 문제에 대해선 응답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에브리타임 이용약관을 보면 ‘(본사는 게시물 등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돼 있다. 피해자가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려면 피해 내용을 밝힌 서류와 신상정보를 가린 신분증 사본을 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독일 등은 이미 (범죄 수준의) ‘혐오표현’에 대해 운영자에게 관리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플랫폼의 자율 규제를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도 “적어도 플랫폼이 혐오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선언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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