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0시 30분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헌팅포차 앞에 40여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강재구 기자.
“2주간 잠시 멈춤! 적극 동참해주세요! 사회적 거리두기” 주말이면 새벽까지 취객들로 북적이는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거리에 펼침막이 내걸렸다.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유흥업소들에 임시 영업중단을 뜻하는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지만 11일 자정을 넘긴 시각에도 거리는 불야성을 이뤘다.
11일 밤 <한겨레>가 서울 강남역과 이태원, 홍대입구 등 유흥가를 돌아보니, 유명한 클럽이나 룸살롱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헌팅포차’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일부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친구와 이야기를 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보였다. 헌팅포차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연결해주는 술집이다. 이날 홍대입구에서 잘 알려진 헌팅포차 4곳 주변엔 적게는 30명, 많게는 60명이 다닥다닥 붙어선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자 서울시가 지난 8일 콜라텍과 클럽, 유흥주점 등 유흥업소 422곳에 19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헌팅포차는 유흥업소가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된 탓에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홍대 앞의 한 헌팅포차에선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빽빽하게 붙어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홍대 앞을 찾은 직장인 전아무개(29)씨는 “클럽도 문을 닫아 갈 데가 많지 않으니 헌팅 술집으로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헌팅포차 앞에서 만난 박아무개(22)씨는 ‘코로나19가 불안하지 않냐’는 질문에 “불안하긴 하지만 줄어드는 추세라 괜찮을 것 같다. 친구랑 같이 놀러왔다”고 답했다. 30분째 입장을 기다렸다는 한 20대 남성도 “그냥 술집이라서 코로나19와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진 유흥업소들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문에는 ‘유흥시설 집합금지 명령’ 경고장이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이날 <한겨레>가 방문한 역삼동 일대 유흥주점 6곳과 단란주점 1곳, 강남역 인근 유흥주점 3곳, 클럽 1곳도 모두 문을 걸어잠근 채 영업을 중단했다. 이태원 역시 평소 주말보다 눈에 띄게 한산한 풍경이었다.
서울시와 경찰청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홍대 앞, 이태원, 신림역, 길동역, 건대역, 강남역, 영등포역, 방이동 주변 등 8개 지역의 유흥시설에 대해 합동점검에 나섰다. 집합금지명령을 어긴 영업주와 시설 이용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치료비와 방역비 등에 대한 손해배상이 청구된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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