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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선순위 밀린 ‘노동공약’, 그마저도 재탕이거나 ’친기업’ 후퇴

등록 2020-04-13 04:59수정 2020-04-13 16:48

코로나 여파, 위성정당 논란 치여
노동정책 관심밖 공방조차 실종

민주, 비정규직 대책 등 베끼기에
통합, 탄력근로 확대 등 ‘친기업’
최저임금 심의·노동시간 단축 등
첨예한 현안도 침묵·원론 되풀이
노동계 “표 도움 안 된다고 방치”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였던 문재인(왼쪽부터),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 후보. 당시 문재인,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2020년까지, 홍준표, 안철수 후보는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7번째, 2·9번째, 5번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정의당의 10대 정당정책 가운데 ‘노동’이 차지한 자리다. 3년 전 대선 때 민주당의 첫번째, 정의당의 4번째 공약이 노동 분야였던 점과 비교하면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렸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10대 대선 공약에선 노동이 아예 없었다가 이번에 들어갔지만, 내용은 탄력근로제 확대 등 ‘친기업’에 가깝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내내 왜 노동정책이 후순위로 밀렸느냐거나, 내놓은 공약이 문제가 있다는 공방은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19와 위성정당 논란 등으로 이번 총선이 유난히 정책 경쟁 없이 진행되는 탓도 있지만 각 정당이 노동 분야에 관심 자체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계각층의 요구가 분출하면 정당이 선별해 공약으로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지지층과 전문가들이 논쟁을 하면서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게 선거와 공약의 함수관계다. 지난 대선 때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당시 후보조차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산재·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약속하는 등 각 정당이 노동조건 개선을 주요 의제로 다루며 경쟁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민주당은 영세사업·비정규직·하청노동자 보호 정책 등의 공약을 제시했지만, 일부는 지난 총선 때 공약을 그대로 베껴오는 등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 통합당은 “과속 인상된 최저임금제를 개편하고 급격하게 단축된 근로시간엔 유연근무제 확대로 대응하겠다”며 원래 지지층을 향해 ‘친기업’으로 유턴했다.

그나마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논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장 심의 절차에 돌입한 최저임금이나 노동시간 단축 등의 문제만 해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재계와 노동계의 의견이 더욱 첨예하게 맞선다. 하지만 주요 정당들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거나 원론적인 의견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관련 법안 처리도 국제적인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도 민주당은 ‘비준하겠다’는 형식적인 공약만 내놨고, 통합당은 언급조차 없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노동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계 반대에 부딪히다 보니 정치권에서 노동계를 ‘표에 도움 안되는’ 집단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노동 기반 정당이 와해·분화된 것을 선거에서 노동계가 무력해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민주노총은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사회변혁노동자당 등 4개 정당을 지지하고 있다. 선명성 위주로 지지 후보가 선정된데다 당선권에 근접한 후보가 드물어 조합원들의 주목도 못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온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노동자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의미가 있으나 노동운동에 우호적인 국민조차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계도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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