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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제작자 유죄, 소지자 무죄…반쪽짜리 ‘딥페이크 처벌법’

등록 2020-04-22 05:01수정 2020-04-22 07:43

범죄 영상 손쉽게 거래되는데
제작·유포자만 처벌 규정 신설
“수요 행위 끊어낼 법 개정 시급”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일반인의 얼굴을 나체 등과 합성한 사진을 제작 및 유포하는 이른바 ‘지인능욕방’ 갈무리.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일반인의 얼굴을 나체 등과 합성한 사진을 제작 및 유포하는 이른바 ‘지인능욕방’ 갈무리.

아이티(IT) 개발자들이 연예인 100여명에 대한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과 신체 부위 등을 합성하는 기술) 성착취물’을 조직적으로 제작해 유포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딥페이크 제작·유포자뿐 아니라 소지자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과 관련해 국회가 ‘딥페이크 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소지자 처벌 규정은 만들지 않아서다.

“제 합성사진을 누군가 소지하고 있다면 이미 그 사실 자체로 저는 수치심을 느끼고, 언제든 그 사람이 유포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럼 당연히 소지한 사람들까지도 강력하게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난 1월 중·고교 동창 남성에게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를 당한 20대 여성 ㄱ씨는 2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얼굴과 다른 사람의 알몸을 교묘하게 합성한 사진 수십장은 엔번방의 파생방 중 하나인 ‘지인능욕방’에서 유포됐다. 유포자인 동창생 ㄴ씨는 지난 1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음란물 유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그 방에서 ㄱ씨의 사진을 봤을 700여명을 처벌할 규정은 없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에는 딥페이크 범죄의 편집(제작)·유포자를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이 담겼다. 새로운 양상의 불법촬영물인 딥페이크 범죄를 처벌할 규정이 없어 과거 정보통신망법으로만 다스리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엔 ‘소지’와 관련한 규정도, 합성물을 제작하도록 의뢰한 이를 처벌할 규정도 담기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퍼진 비밀방들에선 문화상품권 5천~1만원 정도만 줘도 손쉽게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을 의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의뢰한 이들이나 소지한 이들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뢰인’의 경우엔 공범이나 교사범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의 의지가 중요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신수경 변호사는 “제작을 의뢰한 사람들은 제작한 사람과도 동일한 정도의 구실을 했다고 인정해 일반적인 공범의 논리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은 “애초 성폭력처벌법이 공급자만 처벌하도록 제정된 점이 문제여서 법 전반을 손봐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불법촬영물 등을 처벌하는 이 법에는 불법촬영물을 제작·유포한 이들에 대한 처벌 규정만 있을 뿐, 구매하거나 소지한 이들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수요자 처벌은 도외시하고 공급자 처벌에만 무게를 두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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