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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채널A 기자와 검사장 유착 의혹, 무엇을 가려내야 할까요?

등록 2020-04-24 20:23수정 2020-04-25 22:49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7일 오전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들이 <문화방송>이 제기한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채널A(에이)> 기자와 성명 불상의 검사장을 협박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들이 <문화방송>이 제기한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채널A(에이)> 기자와 성명 불상의 검사장을 협박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았던 지난달 13일, <채널에이(A)> 법조팀 기자가 옥중에 있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메신저’ 역할을 자임한 지아무개씨를 만납니다. 이철씨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채널에이 기자는 지씨에게 “검찰 높은 사람”과 통화한 내용이라면서 녹취록 일부를 보여줍니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한테 알려달라.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줄 수 있다. 수사를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양쪽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채널에이 기자는 지씨에게 통화 상대가 “인터넷 쳐서 나오는 윤석열의 최측근 검사장”이라고 소개합니다. 그가 이씨와 검찰 수사팀 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으니, 이씨한테서 ‘이야기’를 더 들어보라고 했다는 게 채널에이 기자의 주장입니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의 핵심적인 장면입니다.

안녕하세요, 사회부 법조팀 임재우입니다. 보통 ‘의혹’을 쫓아가기 바쁜 검사와 기자가 최근 ‘의혹’의 당사자가 됐습니다. 지난달 31일 <문화방송>(MBC)은 ‘가족 지키려면 유시민 비위 내놔라… 공포의 취재’라는 제목으로 채널에이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보도합니다. 보도 내용을 간추리면, 채널에이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접근해 유시민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의 비위 내용을 캐려 했고, 이 과정에서 ‘윤석열 최측근’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심지어 녹취까지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해당 검사장은 곧바로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 검사장은 보도 다음 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신라젠 수사를 담당하지 않았고 관여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기자와 그런 대화 자체를 나눈 적이 없고 따라서 녹취가 존재할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같은 날 라디오 방송에서 “감찰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에 배당됐고 의혹의 실체는 검찰 수사로 가려지게 됐습니다.

채널에이 기자의 행동이 ‘취재윤리’를 한참 벗어났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기자가 이철씨에게 보낸 편지(3월10일)를 보면, 그는 “가족을 지키고 싶으시다면 이는 향후 전략에 따라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다”면서 ‘가족’을 볼모로 그 ‘전략’을 제시합니다. 채널에이를 통해 “정관계 인사 관여 의혹”을 “심경고백”하면, “검찰 고위층에 대표님의 진정성을 직접 자세히 수차례 설명”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채널에이의 김재호·김차수 공동대표는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채널에이 재승인 관련 의견청취’ 회의에서 “취재 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했다. 윤리강령을 거스르는 행동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부적절한 취재’가 곧바로 ‘검·언 유착’ 입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자가 지씨에게 들려줬다는 녹취록 내용이 실제로 ‘윤석열 측근 검사장’과 나눈 대화인지가 중요합니다. 결국 채널에이 기자가 ‘텍스트’로만 보여줬던 녹취록이 실제 대화였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채널에이 기자는 “다른 법조계 인사와 나눈 대화를 짜깁기한 것”이라고 부인하지만, 지씨는 기자가 자신에게 20∼30초가량의 녹취 일부를 들려줬다면서 “그 목소리는 ‘피디수첩’에서 들었던 해당 검사장의 목소리였다”고 주장합니다. 정말 “이씨 쪽 얘기 들어보고 나에게 알려달라. 수사팀에 전달할 수 있다”는 등 대화 내용이 휴대전화에 남아 있다면 ‘검·언 유착’ 의혹은 ‘실체’를 갖게 됩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해당 대화가 ‘피해자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해악의 고지’로 이어졌으므로 ‘협박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물론 지씨가 들었던 20∼30초가량의 녹취가 해당 검사장의 목소리라고 하더라도, ‘신라젠 사건’이 아닌 다른 주제로 나눈 대화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검찰과 언론 사이의 부적절한 대화라는 지적은 가능하겠죠.

이번 일은 ‘조국 사태’로 촉발된 검·언 유착, ‘윤석열 죽이기’ 논란, 채널에이의 종편 재승인 문제까지 얽힌 의혹입니다. 사건의 실체는 지난 1월 인사를 통해 윤석열 총장의 영향력이 약화된 서울중앙지검에서 밝혀집니다. 법조계 고위 인사는 이번 수사를 맡은 정진웅 형사1부장을 “정무적 감각이 떨어져 보일 정도로 묵묵히 흔들리지 않고 수사할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많은 것을 걸어야 하는 이들의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가려낼 수 있을까요?

임재우 사회부 법조팀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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