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전면 폐쇄됐던 한 종합병원 주차장에서 의료진들이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의료진들의 코로나19 방역 현장 투입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간호사들 사이에서 “더 이상 불안하게 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로 꼽히는 것과 별개로 의료인력 보호 등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며 세계 간호사의 날이자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을 맞는 12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병원 시스템 개선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1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근무한 일부 간호사들은 마스크와 방호복 등 보호 장비를 충분히 지급받지 못했고, 현장에서 최소한의 감염예방 조처를 요구해도 묵살되기 일쑤였다고 주장했다. 의료 봉사를 자원해 대구에 간 뒤 대구 동산병원에서 한달가량 일한 세브란스병원 김수련 간호사는 “확진자가 다녀간 동선을 방역해주기를 요구해도 무시당했다. 어떤 병원에선 잘 씻으면 문제 없다며 자가격리 없이 바로 일반 병동으로 복귀시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대구지역의 간호사 김아무개씨도 “방호복이 찢어져 있는 등 불량품이 많다보니 맨살이 노출돼 다시 갈아입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은 간호사들을 괴롭혔다. 가령 공기를 공급받는 전동식호흡장치(PAPR)는 충전해서 사용하는데, 수량이 부족하다 보니 완벽히 충전되지 않은 상태로 병실에 투입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간호사들은 입을 모았다. 대구지역의 김 간호사는 “배터리가 다 되어 간다고 알람이 울리는데 병실을 나갈 수는 없는 상황에서 많은 간호사가 ‘숨을 쉬지 못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고질적인 간호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면허를 취득한 간호사 가운데 절반가량은 ‘과중한 업무량’, ‘3교대 근무 등 근무형태’ 등을 이유로 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련 간호사는 “메르스 등 경력이 쌓인 간호사들은 일을 그만둬서 없는 상태이고, 신규 간호사들이 코로나19 현장에 투입돼 최선을 다했다 한들 치료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짚었다.
현재 코로나19 병동의 간호사들은 적은 인력으로 많은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데다, 보호자들이 보내오는 택배와 전화에 응답하는 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고 했다. 김수련 간호사는 “간호사가 돌보는 환자 수 등을 법제화해 이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찾아올 감염병에 대비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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