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 임미리 대표가 1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있는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통 폐회로텔레비전(CCTV) 철탑 앞에서 협상 경과를 보고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삼성은 이날 합의문 작성에 합의했으나 갑자기 일주일 뒤로 연기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강남역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1)씨와 삼성 사이의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 쪽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미루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미리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 대표는 15일 오후 4시30분께 강남역 네거리 폐회로텔레비전(CCTV) 철탑 아래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이 합의점을 찾아 김용희씨를 땅에 내려오게 하지 않고 거듭된 절망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14일 삼성에서 제시한 합의안을 김씨가 수용해 합의문 작성을 기대했지만 무산됐다”며 “15일 오전에 (삼성 쪽에서) 연락이 와 합의문 작성을 일주일 뒤로 미루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양쪽 모두 협상안에 합의했지만 삼성이 일방적으로 합의문 작성을 연기했다는 주장이다.
임 대표는 지난 보름 동안 김씨를 대신해 삼성과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단은 삼성쪽 3명, 김씨쪽 3명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김씨가 삼성에 요구한 △사과 △명예복직 △임금 보상 문제를 두고 논의를 이어왔다. 사과와 명예복직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보상금 액수를 두고 조율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 대표는 양쪽이 수정안을 서로 제시해오다 김씨가 삼성이 제시한 협상안을 14일에 받아들였는데도 삼성이 합의문 작성을 미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임 대표는 지난 협상 과정에서도 삼성이 다섯 차례나 일방적으로 협상을 연기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임씨는 “삼성이 협상을 재개하자고 한 뒤 몇 시간 뒤에 연락해 다른 날로 연기하자는 식으로 협상을 미뤄왔다”고 지적했다.
임씨는 “보름이 넘는 기간에 걸친 이러한 협상 과정이 과연 진정성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며 “341일째 25m 상공 0.5평의 공간에서 피를 말려온 사람에게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을 삼성이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을 지속해왔다. 오늘도 본협상을 위해 미팅을 가졌으나 조율해야 할 추가 내용이 있어 본 협상을 못 했을 뿐”이라며 “김씨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진지하고 성실하게 협상에 임할 계획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삼성항공에서 노조를 만드려다 1995년 해고된 뒤 복직투쟁을 벌이다 지난해 6월10일부터 삼성사옥 앞 철탑 위에서 고공 투쟁을 진행 중이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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