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안 쓰면 버스나 택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게된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버스에 오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오늘부터 마스크 안 하시면 버스 못 타요. 약국에서 하나 사오세요.”
26일 아침 8시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라타려던 70대 여성을 버스 기사가 제지했다. 모두의 눈길이 쏠렸다. 이 여성은 머뭇거리다 버스에서 내려 다른 버스를 타려 했지만 같은 이유로 탑승을 거절당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26일 아침 출근길에 오른 대부분의 시민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앞서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교통분야 방역 강화 방안’을 내놓고, 마스크 미착용을 이유로 승차 거부를 해도 사업 정지나 과태료 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아침 8시께 서울 관악구 봉천동과 서대문구 충정로 등을 지나는 버스·지하철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낀 모습이었다. 잠시 갑갑해 마스크를 벗거나 입에 걸치려던 사람도 주변을 살피는 분위기였다. 서울지하철 4호선에서 만난 사람들도 모두 마스크를 굳게 썼다. 노약자석에 앉은 한 노인들은 마스크를 두 겹씩 겹쳐 쓰고 있었다.
시민들은 정부의 강력한 조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만난 이은주(54)씨는 “감염은 나 혼자 잘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신(61)씨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버스에선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버스에 못 타게 하는 제도는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현장의 운전기사들에게선 ‘일방적으로 승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거나 승차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푸념도 나왔다. 서울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한 기사는 “오늘부터 승차 거부를 할 수 있다지만 어느 기사가 마스크 안 꼈다고 (승차를) 거부하겠나”라며 “낮에야 다들 마스크를 끼지만 카드를 주고받거나 하면 접촉이 생길 수밖에 없고, 밤중에 취해서 타는 사람 중엔 마스크 안 쓰는 사람이 태반이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 기사는 마스크 의무화 방안에 대해 “택시 기사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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