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부천의 대형 물류센터. 연합뉴스
27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모두 56명 발생한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4일 회사가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물류센터 업무를 강행해 직원 수백명이 정상출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날 오후 정상출근한 직원 중에서 추가 확진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쿠팡의 초기 대응 실패가 감염 확산을 낳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취재한 복수의 쿠팡 부천 물류센터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쿠팡은 24일 오전 부천 물류센터에 확진환자가 발생했다고 통보받았다. 하지만 이날 부천 물류센터 오후조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아무런 공지를 받지 못한 채 업무가 시작되는 오후 5시까지 정상 출근했다. 회사 쪽은 이들이 출근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난 오후 6시가 되어서야 수백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을 물류센터 복도에 모아두고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뒤늦게 공지했다. 계약직 직원 ㄱ(53)씨는 “확진환자가 발생했는데 수백명을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서야 하는 좁은 장소에 모아놓고 공지를 듣게 했다”며 “‘확진환자가 어디서 일했는지 적어도 직원들은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니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계약직 직원 ㄴ(49)씨도 “오전에 확진환자가 발생했으면 적어도 오후조가 출근하기 전에 미리 경고 내용이 담긴 공지를 하거나 아예 출근을 시키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오전조와 오후조, 심야조가 일하면서 겹치는 시간이 한 시간씩 있다. 확진환자와 겹치는 동선을 명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확진환자가 일한 장소나 동선이 공개되지 않으니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쿠팡 쪽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쿠팡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4일 오전 최초로 확진환자 발생을 확인한 뒤 오전조를 조기 퇴근시키고 부천 물류센터를 폐쇄해 방역을 실시했다. 3~4시간 정도면 균이 날아갈 것이라는 방역지침이 있는 거로 안다”며 “방역을 실시한 만큼 안전이 확보됐다고 판단해서 오후조가 출근해 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쪽 방역지침은 쿠팡 쪽 설명과 달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권고대로 소독했다면 24시간 이후 충분한 환기를 한 뒤에 개장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회사 쪽은 이날 별다른 선별 기준에 대한 공지도 없이 오후조 직원들 가운데 첫번째 확진환자가 일한 포장 쪽 근무자 일부에서만 자가격리자로 추리고 나머지는 정상근무를 하게 했다. 이 때문에 다수 오후조 직원들은 정상근무 시간인 이튿날 새벽 2시까지 근무했고, 일부는 1~2시간 연장근무를 신청하기도 했다. 27일 경기 부천시가 올린 확진환자 이동 경로를 보면, 24일 오후조 출근자 가운데 1명이 출근 이후 근육통과 코막힘 등 증상이 발현해 25일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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