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이병남의 보내지 못한 이메일
⑤인사에 불만이 있습니다
주요 부서로 가는 일종의 경쟁
피곤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
다만 협조, 공정한 룰 필요해
인사권자는 ‘임현사능’(任賢使能)
대상자는 ‘이타자리’(利他自利)
새기면 공정경쟁 룰 자리잡아
⑤인사에 불만이 있습니다
주요 부서로 가는 일종의 경쟁
피곤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일
다만 협조, 공정한 룰 필요해
인사권자는 ‘임현사능’(任賢使能)
대상자는 ‘이타자리’(利他自利)
새기면 공정경쟁 룰 자리잡아
인사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느낄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조직 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의사 표현을 하고 소통함으로써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고, 그래도 조직이 변하지 않으면 털고 떠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을 쓰려면 제대로 평가해야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할까요? 자발성과 창의성은 결코 강요에 의해서 발휘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 경우에는 스스로 저의 일과 제가 속한 조직의 ‘주인’이라고 느꼈을 때 온갖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창의성이 저절로 발휘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 한편 나의 존재 확인은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거나 승진을 했을 때도 느꼈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이 부서에서,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라고 느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성장감은 성공뿐만 아니라 시련을 통해서도 얻게 됩니다. 저는 경영진이 구성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의 배려는 바로 이 성장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 각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잘나가는 부서, 주요 부서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주요 부서로 가고자 하는 일종의 경쟁이 일어나는 것인데 이는 사실 피곤하고 힘든 일이지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회사 조직에서 개인이나 부서 간 경쟁은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시장시스템이란 것 자체가 경제주체 간의 경쟁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이것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그저 그런 것입니다. 즉, 경쟁을 통한 효율성 추구가 시장경제의 요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면 신나는 일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실제로 경쟁을 통해서 효율성을 얻으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협조, 그리고 공정한 룰입니다. 시장이 작동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히 무한 경쟁만으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호부조, 혹은 협력이라는 요소를 필요로 합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조한다는 것은 실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데 이는 이타자리(利他自利), 즉 남이 잘되어야 내가 잘될 수 있다는 지혜로부터 오는 것이지요. 또 한편,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한 경쟁은 시장 자체를 파괴합니다. 시장 경쟁에서는 공정한 룰이 필요합니다. 회사 내에서 공정경쟁의 룰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인사관리입니다. 진정한 변화는 조직문화에 의해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인사시스템과 그 운영 능력의 수준이 회사의 조직문화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경영권에 더해 인사권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인사의 본질을 2천년 전 맹자 공손추 편에서 말한 것을 간단히 줄이면 ‘임현사능’(任賢使能), 즉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을 써서 그로 하여금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늘날의 기업 운영에 있어서도 여전히 유효한 원칙입니다. 사람을 쓰려면 사람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개인이 하는 평가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에 어떤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준은 인사부서의 도움을 받아서 경영진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가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실제 인사를 할 때 그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발의 먼지를 털고 떠나라 자기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도 회사는 여전히 개개인의 능력과 성과에는 관심이 없고 친소관계와 네트워킹에 따라 인사를 한다면 결국 두 가지 길이 있겠지요. 하나는 조직 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의사 표현을 하고 소통함으로써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회사의 경영진에게 문제 제기를 하는 노력뿐 아니라 회사 내에 사원협의체가 있다면 그런 조직을 통해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노동조합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본연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파행적인 인사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조직을 떠나는 것이 또 다른 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적 지혜의 예를 하나 든다면 예수가 제자들에게 세상에 나가서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떠나보내는데 한 제자가 만일 어떤 동네에서 그 소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스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설득하라고 하지 않고 신발의 먼지를 털어버리고 다른 동네로 가라고 하지요. 찾아보면 세상에는 이 회사 말고도 많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할 것은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인 한 이 세상 어디에도 파라다이스 같은 직장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병남.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조지아주립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다 1995년 엘지(LG)그룹 임원으로 입사해 인사, 교육, 노사관계 및 지배구조 업무를 맡았다. 2008년 사장 승진하면서 인화원장으로 부임해 8년간 원장직을 수행하고 2016년 퇴임. 인간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지만 이를 풀어낼 해법 역시 인간에게서 비롯된다는 그의 경영 철학은 저서 <경영은 사람이다>(2014)에 담겼다. 인간존중이라는 경영의 본질을 잊지 않고 21년간 숨 가쁘게 현장을 누벼온 그가 일터에서 겪는 우리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 4주에 한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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