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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이재용 영장 청구…삼성 ‘여론전’에 ‘속도전’으로 반격

등록 2020-06-04 11:57수정 2020-06-04 13:30

불법승계 작업 ‘최종수혜자’
자본시장법·외감법 위반 혐의
‘미전실’ 최지성·김종중도 함께 청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회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3회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의 ‘정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이 기소의 타당성을 따져보겠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한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영장 청구다. 이 부회장 쪽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안건으로 ‘공소제기’와 ‘수사 계속’ 여부를 신청했으므로 검찰이 기소 전 단계인 구속영장 청구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으로서는 ‘여론전’이라는 회심의 반격 카드를 던졌으나, 결과적으로는 수사팀을 자극해 오너를 다시한번 위기에 빠트린 결과를 가져온 셈이 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 전 팀장은 위증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의 핵심이었던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최종수혜자’이자, 합병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불법행위의 ‘최종 지시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직전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의 23.2%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삼성물산의 주식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 합병은 삼성물산의 주가는 비정상적으로 떨어지고, 제일모직의 가치는 부풀려진 시점에 산정된 합병비율로 성사됐다. 검찰은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삼성의 요구로 안진 회계법인이 조작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진술, 이사회의 합병 결의 뒤 두 회사의 주가를 동시에 띄우기 위해 미래전략실이 시세조종을 계획한 문건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간 합병’이라는 중대한 의사 결정이 이 부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성사됐다면,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부정거래’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사건에서도 핵심 피의자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2014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과정에서 미국의 제약회사 바이오젠의 대표와 콜옵션 행사 여부에 대해 직접 통화하는 등 삼성바이오의 경영을 직접 챙긴 정황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11월 삼성바이오는 자회사인 삼성에피스의 지배력을 갑자기 상실했다며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4조5000억원의 이득을 봤다.

검찰은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부채 1조8000억원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면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에 빠질 것을 우려해 삼성이 회계처리를 부당하게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11월 작성된 삼성바이오 재경팀 내부문건을 보면, 삼성은 제일모직의 핵심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에 빠질 경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정당성이 흔들릴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와 별도로 일부 피의자들이 공소제기 여부 등 심의를 위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은 부의심의위원회 구성 등 필요한 절차를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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